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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un 16. 2022

일상을 버티는 괴로움

하면 안됐던 말

6월엔 내 생일이 있다.

이번 한 달이 다 내 생일 아니겠어? 하며 호기롭게 시작한 6월


여름으로 가는 계절이지만 한여름보단 나은 계절-

5월에 밀리는 계절이지만 그래도 나은 계절에 태어난 나는


사실


우울의 끝에 있다.



이틀 전 나는 '귀엽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얼굴을 한 내 아들에게

너 자꾸 이러면 뛰어내릴거라고 했다.

난 없어질거라고 너랑 안살겠다고

너도 맨날 화내는 엄마랑 살기 참 힘들겠다고

나도 맨날 화내고 혼내는 게 싫다고

죽어버리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말해버렸다.





내가 사는 동네에 정신과가 있을까 싶어

정신과를 검색하다가

아직 싱글이던 시절, 그때 역시 우울해했던 내게 동료가 했던말이 떠올랐다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으면 괜찮은거라고

잠을 못자거나 못 먹거나 너무 먹거나

6개월사이에 5~10kg씩 변화가 있는게 아니면

괜찮은거라고

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너무 잘자고 있으며 잘 먹고

체중변화는 야속할 만큼 없으니,

그럼 난 괜찮은건가.






내 우울의 이유는 무얼까.

아들키우는게 다 힘든거라고들 하는데

정말 힘든 아들 키우는 중이라 그런가. 그

냥 키우는 행위자체가 힘든건가.

미레나를 해서 이제 생리는 안하지만

미레나를 안했다면 지금이 생리기간인가,

그래서 이러나,



맨날 죽을거야 죽을거야 하는 사람이 진짜 죽을 확률은 별로 없다고 했다. 죽음을 귀한 구체적인 준비가 있어야 죽을 사람이라고..


아, 정말 죽으려고 생각한다면 준비를 해야되는구나, 그것도 구체적으로..

뛰어내렸다가 다치기만한다면.

뛰어들었다가 다치기만한다면.

죽기전에 너무 아플것 같은,

통증에 대한 공포가 죽음에 대한 계획을 무마시킨다



남편은 퇴근을 하면 나를 내보낸다. 어디가서 혼자 쉬다가 애들 잠들면 들어오라고. 살아있는게 괴롭다. 산후우울겪을때보다 더 하다. 자식앞에서 죽을 각오로 살면되지, 그게 말이 쉽지. 오죽하면 자식앞에서 죽을 생각을 하겠냐고. 까지 쓰고나서 한바탕 오열을 했고 유튜브에 있는 <나의 해방일지> 해석리뷰와 구씨장면 짜깁기 영상을 보니 마음이 더 우울해지는 것도 같았지만 되려 가라앉는 것도 같았다.


어제, 오늘아침 가뭄에 단비가 조금이나마 내렸고 간간이 해가 비춘다. 큰 맘먹고 목돈 주고 산 하이브가 블루먼데이에 20만원 아래로 떨어졌길래 샀는데 어제 더 떨어져서 또 샀다. 물타기했단 얘기다. 오늘, 내가 어제 샀던 가격보다 올랐다. 웃어야 하나.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이 기분은 언제까지 가는 걸까.

보호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한다는 것은 몸과 돈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정신적으로 후달리는 건 사춘기나 오고 나서야 그러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깊다.


아들을 추앙하며 소몰이하듯 나를 몰아 상냥함을 장착해야하는걸까.

너무 힘든 사랑은 사랑이 아니랬는데 사랑이 아니니 추앙까지 필요한거겠지.

갈 길이 멀다.

인생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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