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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01. 2022

운동 잘하는 50대 어머니에게 배운 삶

배드민턴 하다가 롤모델이 생겼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분은 이제부터 내 롤모델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살짝 들었는데 무려 아마추어 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그때마다 가방이며, 라켓이며 많아져서 같이 대화를 나눈 사람에게 필요한 걸 말해보라고 했다. 이 시간대에 오지 않는 분이라 아마 대화 상대도 알게 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텐데 뭘 주려고 하신다. 그분의 넉넉한 마음은 저번에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왔다'면서 아이스 박스에 얼음과 음료수를 회원이 아닌 분들에게도 나눠주셨다. 덕분에 나도 얻어먹게 되면서 그분의 얼굴을 기억했다.


두 번째 만나게 될 때는 같이 게임을 하게 됐다. 내가 초보이기 때문에 나랑 같이 팀이 되어주셨다. 그래도 레슨 받을 때 이렇게 실수하지 않았는데, 자꾸 허공에 휘두르고 있다. 공을 피하는 습관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지적받은 건 처음이다. '자기 앞에 오는 공을 피하면 어떡해!' '안칠 거면 빨리 피해 줘야지!'라고 맞는 말을 정확하게 큰소리로 말했다. '앗 죄송합니다'라는 들릴 듯 말 듯 읊조렸다. 그래도 즐거웠다. 잘할 때에는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방금은 선수 같았어!'라고 말해주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저런 질타와 칭찬 모두 순식간에 이뤄지고 다시 서브를 넣을지, 받을지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감정이든지 빨리 잊어버리고 다시 긴장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전환이 아직은 빠르지 않다. 그분은 이런 나의 둔한 움직임을 보고 대신 알려주기도 했다. '공 받을 차례지' 하고 말하면 '아 예'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중에는 벌어진 점수차가 좁혀지면서 5점을 연속으로 얻었을 때가 있었다. 내가 서브를 넣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분은 '이렇게 이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하셨다. 


요즘 자주 들리는 삶의 태도 중에 '작은 실패를 이어가면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같은 비슷한 말들이 많다.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작은 승리에 집중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작은 실패를 통해 원인을 잘 분석했다면, 작은 승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연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리했을 때의 들뜨는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다. 이기는 상황은 의욕적이게 만들지만 지나치면 집중하기 힘들다. 잠깐의 승리 이후에 또 어떻게 실수할지 모른다. 특히, 속도가 중요한 배드민턴 게임에서는 감정보다 본능적인 움직임이 중요하고, 그때에는 내 감정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어쩌면 배드민턴보다 더 빠르게 흘러갈지 모르는 내 일상에서는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할 도구들이 뭘까? 점심 먹고 잠깐의 낮잠, 눈 뜨자마자 하는 스트레칭, 잠자기 전 독서, 그리고 이런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자꾸 환기시키지 않으면 어떤 감정에 취해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갈 시간들을 애써 멈춰보고, 다시 삶을 잘 꾸려가고 싶다. 이렇게 삶을 이겨내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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