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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27. 2022

마지막을 유난히 강조하는 코칭

배드민턴 레슨을 받아야 하는 이유

주로 퇴근 후에 운동을 하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고 간다. 몸은 가볍지만 왠지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그나마 코치님은 내 체력 상태를 고려하면서 가르쳐주시는데 간혹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지치냐'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다 보면 언젠가 나아지겠지. 강철 체력 만들려고 운동하는 건 아니도 지금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거니까 천천히 나의 체력이 증진할 걸 기대하고 있다.


레슨은 총 5~6번씩 번갈아가면서 1:1로 진행되는데 같은 동작을 20번 정도 반복하고,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보다 더 숨 가빠진다. 그러다가 약해진 나의 스윙을 스스로 느낄 때면 '세 번 남았어!' 또는 '두 번만, 한 번만!' 외치면서 마지막까지 할당량을 완수하기 위해 나의 의지를 끌어당긴다. 신기하게 그 말을 들으면 또 집중이 되고, 다 써버린 것 같았던 힘도 전보다 더 세게 휘둘러지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잘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하지만 코치님이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지막 셔틀콕이다. 다음 사람 순서로 넘어가기 전에 내가 휘두르는 마지막 셔틀콕을 잘못 맞으면 다시 공을 올려주신다. 그리고 이렇게 크게 외친다. 


마 지 막 이 중 요 해 ! 


체육관 전체에 코치님의 목소리가 퍼진다. 나는 이 소리를 들으면 멋쩍으면서도 안간힘을 낸다. 나도 마지막을 잘 해내고 싶다. 그리고 그 마지막도 잘 휘두르지 못하면 다시 공을 올려주신다. 보통 두 번 내에서 정확하게 때린다. 나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마지막 공을 완벽하게 치고, 벤치에 쓰러지듯 앉는다. 


마지막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잡생각이 들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최상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마지막이 중요해'라는 말 한마디에 달라질 수 있었다. 코치님은 운동을 가르쳐주는 것뿐만 아니라 러닝메이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러닝메이트는 코치님 뿐만이 아니다. 칠 사람이 없을 때 혼자 쭈뼛거리고 다른 사람 구경이나 할 때 나에게 먼저 말 걸어주고 같이 치자고 하는 사람들이나, 잘못된 자세를 선뜻 알려주기도 하고, 어디까지 배웠냐며 내 수준에 맞춰서 난타를 쳐주기도 하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다. 체육관에 가는 날 또 누가 나의 러닝메이트가 될지 기대되기도 한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아도 꼭 누군가와 치게 됐고, 정말로 없다면 서비스 연습을 하면 된다. 나 스스로 러닝메이트가 되면 그만. 덕분에 서비스가 좋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다. 


내가 목표한 것을 내 수준에서 마지막까지 해내는 것만 중요하다. 남들보다 더 해야하거나, 남들만큼 해야하거나 하는 건 없다. 정신이 혼미해도 한번 더 할 수 있는 것처럼 내 한계는 생각보다 더 멀리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오늘의 마지막, 지금 이 순간의 마지막들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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