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35일 차
배드민턴 친구가 러닝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아침이고, 친구는 저녁이었다. 그래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것. 우리는 가을쯤 같이 달리자는 약속을 멀리 잡았다. 그리고 요즘 자기는 운동장이 심심하다고 했다. 나도 처음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언젠가 질리게 될 것 같다고. 다행히 아직까진 이 운동장이 감사하기만 하다. 그리고 갈수록 지겹지가 않다.
오히려 러닝 초보인 나에게는 이 운동장 트랙이 안정감을 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 없고, 횡단보도 신고에 걸릴 일 없고, 사람이나 자전거에 부딪힐 일 없으니 속도도 일정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숙련자가 운동하는 뇌를 '조용한 뇌'라고 했다. 숙련자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만큼 변화는 다양하지만 그때그때 뇌가 집중하는 영역만 활성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용한 뇌라고 했다.
나는 아직 뇌가 조용하지 않기에 상황이라도 조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이 뻔한 운동장이 즐거운 이유는 하늘이다. 주말에 무리한 스케줄로 월요일 아침은 쉬어갔다. 그리고 저녁에 달리기도 했는데, 노을이 시시각각 변화무쌍했다. 아침엔 새벽빛이라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라 해가 뜨는 그림자와 구름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스름한 저녁을 확실히 더 재밌었고 활기 넘쳤다. 사람들도 저녁에 많이 뛰던데.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보여서 더 말소리도 많이 들렸다.
운동장이 지겹다면 시간대를 종종 바꿔봐야겠다. 날씨는 매일매일이 미세하게 다르다. 내 컨디션도 매일매일이 다르고 운동할 때 통증은 아니지만 콕콕 자극이 오는 부위도 매일 다르다. 어떤 자세가 나을지 요리조리 바꿔보면 생각보다 바로 통증이 사라진다. 그중에 제일은 속도를 더 느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느리면 걸어가는 건데 하는 수준이다. 1 레일에서 경보하는 아저씨랑 비슷한 속도로 달렸더니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 5km을 달리고 나서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은 처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