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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05화
갑자기 결핵환자가 되었다.
폐에 또 다른 흔적이 생겼다.
by
Kimplay
Jun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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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 때문에 다시 보자는 걸까. 다른 문제가 있는 건가.
나는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뜻밖의 호출에 온몸이 긴장돼 저릿저릿했다.
식사를 대충 마치고 병원까지 급히 뛰어갔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까지 두근거렸다.
산부인과에 들어서자 새삼스레 마스크를 준다(그때는 전염병이 있던 때가 아니다).
"흉부 엑스레이에서 결핵 소견이 보여요.
산부인과 수술보다 결핵 확진이 더 급합니다."
의사는 오늘 입원 수속을 취소하고 바로 호흡기내과로 가라고 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또 귀찮은 일이 생겼네." 하고 엄마와 남편을 돌아봤다.
내 오른쪽 폐에는 비활동성 결핵을 앓은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나도 모르게 앓고 치유된 결핵의 흔적은
지난 10여 년간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의심 소견을 달고 다녔다.
다행히 흔적은 늘 그대로였고, 최근 엑스레이와 비교해 활동성 결핵이 아님을 확인받았다.
동네 내과에서는 흔적일 뿐이라고 했고,
또 어디에서는 이런 경우 다시 결핵에 걸릴 확률은 아주 낮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 흔적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나보다 더 흥분했다. 아니라고, 아닐 거라고.
엄마는 그럴만했다. 연달아 유산한 딸에게
매일 신선한 고기와 채소를 먹이던 때였으니 말이다.
내 폐의 결함이 지나간 흔적일 뿐임을 증명해야 했다.
어서 입원하고 수술을 해서 이 불행을 벗어야만 했다.
우리는 괜찮을 거라는 혼잣말과 위안 속에서
급히 2년 전 엑스레이를 구해왔지만,
의사는 결핵이라고 확진했다.
10여 년간 변함없던 흔적이 바뀐 것이다.
추가적인 검사를 했다. 가래가 없는데 가래를 뱉어야 했다.
'대학병원이라 그런가, 이건 흔적일 건데..'
여전히 흔적에 기대를 걸어보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무증상 결핵환자가 되었다.
반년 만에 두 번의 유산, 지독했던 입덧. 도합 두 달 반쯤은 거의 먹질 못했다.
결핵도 유산 후유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산의 아픔만 생각하기엔 너무 벅찬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
지
?
이번에는 내게 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keyword
병원
후유증
결핵
Brunch Book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03
유산 후유증의 서막
04
자궁 적출이라고요?
05
갑자기 결핵환자가 되었다.
06
자궁 색전술을 했다.
07
뫼비우스 띠에 갇혔다.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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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충전 에세이 <콧구멍워밍업> 저자 내가 겪은 낯선 일들과 계속 머물고 싶은 평온한 일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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