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복사로 통화량은 급증한다
최근 통화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주택매매와 공모주 청약 등에 따른 것이라는데, 없던 돈을 새로 찍어서 주택을 사거나 공모주 청약에 넣는 게 아니라 은행에 넣어두거나 다른 곳에 투자했던 돈을 빼서 새로운 곳에 넣는 건데 왜 통화량이 늘어났다는 걸까요? 이런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두 달전쯤 통화량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 써놓은 글이 있어 그 글을 올립니다.
작성 시점을 고려해서 읽어주세요.
얼마 전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 통화량이 3380조 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달에 비해 21조 원이나 늘어난 수칩니다. 일반적으로 통화량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을 의미합니다. 조금 어렵게 말하면 이걸 M2라고 해요. 굳이 내가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을 알아야 하나? 싶겠지만 꽤 중요한 수치입니다. 특히 경제가 잘 돌아가는지를 판단할 때, 자산(부동산, 주식) 가격의 오르내림을 판단할 때 참고 지표로 사용됩니다. 완전히 동일한 의미는 아니지만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유동성이라는 말도 결국은 통화량에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겁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을 어떻게 계산하지?
이런 의문을 가져 본 적 있으신가요? "뭐가 어렵지? 조폐공사에서 돈은 찍어내는 거니까. 조폐 공사에서 발행한 화폐 총량이 결국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이잖아" 맞을 거 같지만 아닙니다. 한국은행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의 화폐 발행 총량은 155조 원입니다. 전체 통화량의 1/20 수준에 불과하죠.
"돈은 마구 복사되고 통화량은 늘어난다"
요즘 젊은 친구들(MZ세대)들이 말하는 돈 복사의 개념은 아닙니다. 가상화폐나 주식투자 등으로 빠르게 자산을 증식하는 걸 돈 복사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돈 복사는 말 그대로 숫자로만 쓰여있는 돈을 의미합니다. 은행에 맡기고 내 통장에 찍혀 있는 그 숫자를 말하죠. 앞서 우리가 풀지 못했던 발행된 화폐를 제외하고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바로 이 통장에 찍혀 있는 숫자(돈)들입니다.
바로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계시죠? 이거 이중으로 계산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이게 가능해서 시중에 돈이 돌고 경제가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A 씨가 은행에 가서 1억을 예금합니다.
은행은 돈을 받고 통장에 1억이라는 숫자를 찍어주죠.
A 씨가 통장을 들고 만족해 집에 간 이후 B 씨가 찾아와 은행에서 1억이라는 대출을 받아갑니다.
은행은 B 씨에게 현금 1억을 꺼내서 주는 게 아니라 B 씨 통장에 1억이라는 숫자를 찍어줍니다.
돈은 어디에 있나요? 그렇죠. 은행 금고에 있습니다.
은행 금고에 있는 1억이라는 돈이 두 번 복사가 돼서 2억이라는 돈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게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는 방식입니다.
M1, M2를 꼭 알아야 하나요?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드린 통화량이라는 게 이런 의미구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구나 정도의 개념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자 그럼 조금 쉽게 설명해 볼게요. M1은 협의통화, M2는 광의통화라고 불러요. 협의는 좁은 의미 광의는 넓은 의미라는 뜻인데 이렇게 구분하는 것보다 당장 찾아서 셀 수 있는 돈은 M1, 당장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후엔 현금으로 찾아서 셀 수 있다면 M2로 분류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거죠. 아버지가 우리 집에 있는 현금을 다 가져오라고 합니다. 지갑과 주머니에 있는 돈을 따 꺼내고 은행 가서 통장에서 그날 찾을 수 있는 돈을 다 찾아옵니다. 이게 M1입니다. 아버지가 이걸 다 세보고는 이것밖에 안되냐고 묻습니다. 어미니께서 1년짜리 만기 예금, 주식, 채권 사놓은 거 보여 줍니다. 여기까지가 M2입니다.
통화량의 증가는 무엇을 의미하나?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돈이 시중에 많이 돌아다닌 다는 것은 사람들이 돈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 호황과 불황을 판단하는 근거 지표로 쓰입니다. 더불어 은행에서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돈은 쉽게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을 유입됩니다. 최근 IPO 시장이 좋은 예가 될 겁니다. 매번 사상 최대 청약금이 들어왔다는 뉴스가 들려오죠. 통화량이 증가할 때는 자산 가격의 상승이 동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최근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많이 올랐잖아요.
다만 경제는 결국 구성원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방향을 틀면 분위기가 확 변합니다. 지난해부터 일어난 통화량의 급증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직접 쥐여주고 금리를 낮춰 은행에서 돈 본사(대출)가 쉽게 일어나게 해 준 영향이 큽니다. 그런데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느니 기준금리를 올릴 거라느니 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건 통화량을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이거든요. 물론 실제 이런 행동이 일어나기까지 그리고 통화량이 줄어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뭔가를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체크는 해봐야겠죠. M1, M2에 대한 개념도 알았으니 종종 기사도 찾아보고 한국은행에 들어가서 관련 통계도 한 번씩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통계가 보기 좋게 잘 돼 있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http://ecos.bok.or.kr/EIndex.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