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ing is not a rational act. (Margaret Atwood)... 뭐, 인정한다. 그래서 출퇴근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곳으로 정원만 보고 이사하는 거 아니겠어?
이리저리, 드디어 주택이 있는 아름다운 집으로 고고! 벽돌담과 브로크록 벽이 있는 붉은 집. 봄비마저 고마운 날 삶을 옮겼다.
이산 온 비오는 4월 달 어느날 이 지난 며칠 후 날이 개니 자그마한 '파롸다이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마당뿐만 아니라 덤으로 정겨운 골목길까지 내게 왔다.
집은 정말 검소한 블럭벽돌 담에, 감나무, 동백 그리고 흙마당 정도. 딱 이정도가 가장 좋다. 너무 크면 부담되고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사이즈다.
덤으로 다가온 골목길은 아파트와 다른 감성이 있다. 연탄재는 이제 여기서도 볼 수 없지만 수 많은 어릿적 회기동, 이문동 살던 추억도 떠올랐다.
그렇게 한 번 결정으로 옮긴 내손동 골목길은 아침마다 건넛집과 인사하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문 밖만 나가도 ‘동네’라는 감성이 살아있는 곳이다
집안 정리도 하기 전에 이사하자마나 우선 예전 아파트 앞에 심겨있던 (예전 본가에 있던 나무를 관리소장님한테 부탁해서 심어두었던) 배롱나무를 옮겼다. 그리고 특이하게 볕도 잘 안 드는 벽 앞에 동백나무가 있었다. 다행히 배롱나무랑 동백이 사이좋게 잘 자라주었고 꽃이 잘 펴서 봄과 여름을 황홀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아까는 아이!, 아파트의 화분에 있던 저먼아이리스 (어머니께서 예전에 심으셨던) 구근도 어이쿠 하면서 땅에다 옮겼다. 우리 집의 저먼 아이리스는 내가 본 것 중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향기와 미모를 자랑하고 있고 계속 뿌리가 나서 지금도 우리 집 베란다를 멋지게 꾸며준다. 그런데 그래도 아파트 화분보다 땅에 심으니 거대한 크기와 향기를 뿜뿜 해주었다.
장만이 다소 늦었지만, 모종을 사고 어쩌고 하면서 이리저리 꾸몄다. 마당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마음껏...ㅠㅠ... 직딩이라 주말밖에 시간이 없지만. 이리저리 야생화를 구하고 (장인 어르신 꾸뻑!) 씨를 뿌리고 첫 삽질을 했다. 우선 마당 정원은 땅을 만난 김에 4계절 노지에서 잘 자랄 그리고 경기도의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야생화'로 주제를 정했다.
첫해 심은 구근들은 그 이듬해 드디어 봄에 히야신스를 시작으로 꽃천국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사 한 해에는 받아온 금낭화를 비롯하여 매발톱, 꽃잔디, 노루오줌, 그리고 원주민이었던 철쭉이 수를 놓았다. 물론 저먼 아이리스도 향을 온 마당에 뿜었다. 그리고 할미꽃이 에헴하면서 고개도 들었다.
배롱나무의 화려함이 끌고 가는 여름도 만만치 않았다. 담벼락에 ‘전통적’인 마을 꽃 접시꽃이 쑤욱쑤욱 올라오고 곤충과 꽃이 범부처랑 함께 노는 멋진 여름이 다가왔다. 정원에서 물 뿌리고 노는 데는 여름만 한 때가 없다. 옥상에 빨래 널다가 내려와 꽃과 노닐고... 신선놀음 주말이 따로 없었다.
골목길집 마당에서 만난 가장 멋진 친구는 바로 다투라 계열 ‘흰 독말풀’이다. 흔히 친척인 엔젤 트럼펫이 유명하지만, 흰 독말풀은 쎄한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중세유럽 마녀들의 약초, 그리고 환각을 일으키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름만큼 위험한 매력이 돋보이는 자태를 음산하게 뿜었지만, 씨도 잘 번식되고 꽃도 어마어마한 놈이다. 그 요상한 매력에 오죽 반했으면 나의 네이버 카페 명을 ‘흰 독말풀’이라고 지었을까?
이렇게 분주하고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로 넘어서 어느덧 작은 집에서도 겨울이 왔다. 정원사들이 항상이야기 하듯이 겨울은 쉬는게 아니라 봄을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동백은 이미 꽃을 준비하고, 한해를 아쉬워하는 국화는 눈 속에서도 화려함을 뽑내고 있다. 그리고 실내용 아이비를 밖에 심은것이 이미 벽을 덮어 겨울에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한해가 지나갔다.
다음 편에는 낙원에서의 여름과 가을의 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