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 교육을 받기 시작하며
내 인생의 굵은 나이테 하나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공부하는 걸로...
직장 다니면서 이것저것 정원도 만들어보고 별 노력을 시간 날 때마다 하는데, 어느 날 직장 동료가 나에게 귀띔을 했다. “그렇게 정원, 나무 좋아하시고 전공도 했겠다, 나무 의사 한번 시도해 보세요.”
사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몇 년 전 준학예사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다 한 과목 과락으로 떨어진 이후에는 박물관은 나한테 안 맞아! 하고 시험이란 것에 진절머리를 내던 기억도 있고, 사실 엄청 바쁘기도 했다. 사실 일을 하면서 한 학예사랑 대판 싸우고 ‘학예사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억하심정에 시험 준비했기에 화가 풀리면서 의지도 풀린 경우였다. 그렁저렁 ‘사’ 자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미리 마음을 닫기도 한 상태였다. 뭐 이런저런 그래서 한 일 년 그냥 보냈다.
그러던 중 직장에서 10년 걸린 일을 정리하듯이 조금 과로도 하면서 열중해서 드디어 해결했는데 왠걸. 일은 잘 되었지만, 결과가 외부적 요인으로 망가지는 경우가 생겼다. 그리고 나니 심각하게 나의 앞의 삶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 참에 ‘좋아’ 하고 나무의사 ‘양성과정’을 알아보고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아 일생의 도전을 할까?’가 아니라 정말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다행히 수도권에 살다 보니 양성기관이 세 군데 있었다. 그리고 흐흑... 그때부터 추첨만 쳐다보는 로또의 삶을 살게 되었다.
나무의사란 자격증은 것은 우선 교육을 받아야하고 그리고 나서 교육 이수 증명을 가지고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리고 양성 교육을 받을 수 있으려면 양성교육기관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 교육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신청을 해도 추첨을 통해 뽑혀야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도 빠지지 않고 교육을 마쳐야 드디어 자격시험을 칠 ‘자격’이 생기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 자격이 몇 개 붙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낡아빠진 자격증이 있어서 양성교육 신청할 자격은 되는데 그 다음에는 추첨이 보통일이 아니다. 우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리고 집에 일이 터져서 한참을 패스하고 다음에는 운전을 해야 하는 그러나 별로 멀지는 않은 식물원에서 하는 교육을 신청했다. 직장을 먼 곳을 다녀서 일부러 차를 몰지 않고 다녀서 운전이 서툴러서 처음에 망설였지만, 이제 별로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신청하고 하필 발표하는 날은 술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술마시러 가기 전 퇴근하기 직전, 오후에 확인했을 때 역시나...명단에 없었다. 그리고 에잇 하고 술 마시러 나갔는데... 맥주를 들이키던 중 갑자기 문자가 온 것이었다. 술이 확 깼다. 추첨에 된 것이었다. (명단을 자세히 안 보다니...) 술이 확 깨고... 붕 뜬 기분에 이유도 말 안하고 자리를 떴다. 드디어!
이제 내가 원하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참 힘드네...) 이것 저것 준비를 한 후, 한 달 후에 이제 교육을 받으러 갔다.
무엇보다 교육받는 곳이 식물원이라서, 이제부터 6달 동안 주말마다 꽃과 나무에 빠져 있을 생각에 너무 기뻤다.
교육장에 도착하니 이제야 꽃봉오리가 나오기 시작한 튤립, 이미 피기 시작한 크로커스가, 수선화 그리고 히야신스 봄을 먼저 알리고 있었다. 벌써 삶에 부스터를 단 느낌?
그리고 교육 쉬는 시간에 히어리 등 책에서나 보던 꽃들을 찾아다니며 첫날 교육을 즐겁게 시작하였다.
나무의사도 의사지만 무엇보다 내가 조경설계나 정원 가꾸기를 하면서 하나의 소재, 자원으로만 알던 식물을 소중한 동반자로서 더 깊게 알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소중한 기회로 고마와 하며 첫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풀꽃 2, 나태주 中
그리고, 비밀이 아닌 비밀이 되었다. 나무와 연인이 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