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수업을 들으며 세상이 달리 보이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자 이제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격증은 어차피 공부해서 붙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고역이고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뭐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첫 수업부터 배우는 내용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뭐, 자격증이 아니라도 배우고 싶을 정도다. (그 괴랄맞은 추첨제도가 문제이지만). 아니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Oh what a wonderful world!
그냥 예쁘다, 아니면 조경에 써먹자를 넘어서 소재를 알면 알수록 둘러싼 모든 것이 내 관심의 대상이 되어간다.
나무의사 강의라 마치 입시학원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면 내가 아직 정신을 못차린 건지 ㅎㅎㅎ) 처음 만나는 기상학 수업부터 감동이었다. 단순한 시험문제풀이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크게 바라보는 눈을 띄워주고 그 속에서 기후변화, 환경문제에 대해 뉴스에 나오던 이야기 들이 ‘논리적으로’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예전 조경학과 다닐 때 대충 넘어가던 토양, 식물 생리 등이 이제는 세상을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지식으로 다가왔다. 정말 이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사실 배웠겠지만 학부 때 공부를 거의 안 해서.... 아닐까?) 단순히 본다면, 마치 장사를 망치고 나서야 회계, 경영을 배우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전의 나이나 경험에서는 배워도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질소의 순환에서, 탄소의 순환에서 어차피 탄소덩어리인 생명도 하나같이 순환하는 것을 생각하고
토양의 형성에서 정치, 경제를 떠나 저 먼 인류보다 까마득한 자연의 역사를 그려보았다. (뭐 공부는 안하고 ..ㅎㅎ)
내가 느끼기에 몇 주 강의를 들으며 내가 변했다.
나무에 대해 더 알수록 일단 ‘걸음이 느려진 다’는 것이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와 주변이 교과서 아니 사랑하는 사람처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걷다가 괜히 숲 속에 들어가 나무 이름도 확인하게 되고. 줄기에 이상이 있으면 계속 쳐다보고 만져보게도 되고. 토양학에서 질소이동을 배운 후 비료와 토양오염을 생각하게 되며, 괜히 땅을 파 놓은 곳도 쳐다보게도 된다.
한마디로 마치 천천히 다니는 초식동물처럼 변해갔다. 물론 고기는 아직 없어서 못 먹지만, 걷는 모습만...
그리고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세상 만물이 내 관심사가 되었으니.
그리고 매주 세상이 하나씩 커져갔다. 알수록 알수록
그냥 나무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며
저절로 다시금 사람의 이름도 부르게 되는 것 같다.
조직과 일터에서 '사람'이 꼴도 보기 싫어서 나무를 향했는데...
이제 생태계의 미미한 존재 중의 하나인 사람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체가 느려졌다. 50년생 교목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