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를 만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났을 땐 그냥 미친 여자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에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그 여자는 비둘기색 천을 온몸에 두르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책하던 일반 시민들은 그 여자 앞을 지나가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못 봐줄 꼴은 아니었지만, 그 여자 주변에 모여있던 비둘기 몇 마리들과 그 여자가 마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 풍경이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고개를 절레 내저으며 그 여자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쳤다. 비둘기 똥오줌 냄새가 바람에 스치듯이 풍겨와서 기분이 나빠졌다.
비둘기 자체에서 나는 특유의 불쾌한 냄새는, 비둘기 시체에서 나는 더럽고 추악한 냄새와는 또 달랐다. 그것은 살아있는 비둘기의 오만함과 불결함을 상징하는 냄새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살아있는 비둘기에게서 나는 그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코를 틀어막았다. 비둘기 시체를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지만, 그런 나에게도 참을 수 없는 것이 분명 있었다.
나의 행동이 그 여자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 여자는 별안간 벤치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나에게 와악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그 여자의 발치에 옹기종기 모여 작당을 모의하던 비둘기들이 화들짝 놀라 지저분한 날개를 퍼덕여 날아갔다. 비둘기가 있던 자리에는 비둘기들이 남기고 떠난 더러운 냄새만 남았다.
"죽은 비둘기는 곧잘 만지면서, 살아있는 비둘기 냄새는 싫다고?"
그 여자의 입에서는 비둘기 똥 냄새와 같은 냄새가 풍겼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내 시선에 닿은 모든 사람들은 내가 없는 존재 이기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멀리 회피하며 빠른 걸음으로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이 여자와 엮이면 피곤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나의 갈 길을 가려 몸을 움직였지만 발걸음을 옮길 수는 없었다. 여자가 재빠르게 내 앞에 와 섰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비둘기를 싫어해?"
여자는 내게 바짝 다가오며 물었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두 손바닥을 그 여자를 향해 펴 보이며 다가오지 말라는 몸짓을 했다. 여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다시 내게 물었다, 비둘기가 왜 싫어?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머리로 알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더듬더듬 말을 꺼내고 있었다.
"왜 싫냐니요, 그야… 일단 보기에 예쁘지 않고 비위생적인 데다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잖아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 놀리듯이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도 그렇고……. 좋아할 만한 이유가 없…지 않나요? 게다가 악취도 나고……."
나의 말이 길게 이어질 때마다 여자의 눈은 더 가늘어졌다. 비둘기의 눈만큼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그 여자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여자는 집요하게 "그리고요?"하고 물고 늘어졌다. 그냥 그 정도라고 말을 흐리니 여자는 어깨를 펴고 팔짱을 꼈다.
"겨우 그 정도의 이유로 비둘기를 싫어해요?"
"겨우 그 정도요? 아니,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이해가 안 되네요."
제가 비둘기 시체를 청소한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만만하신가요? 하고 등에 멘 수거함 가방을 한 번 들썩이며 짐짓 화난 척 목소리 톤을 높여 말했다. 말을 하며 가슴 부근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
여자는 팔짱을 풀고 놀란 눈으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다가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크게 와악 하고 웃었다. 예상치 못했던 여자의 반응에 내가 되레 당황하여 치밀었던 화가 허탈하게 무너졌다.
"뭐가 그렇게 우습죠?"
내 목소리는 다시 평상시의 톤으로 돌아왔고, 평상시보다 기운은 더 빠져 있었다. 여자는 허리까지 숙여가며 웃다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아, 하하, 미안, 미안해요. 결코 만만하게 봐서 그런 건 아니에요."
비둘기가 내는 구루룩 소리가 그 여자의 목구멍에서 났다. 기운은 빠졌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비둘기의 날갯짓 같이 청결하지 못한 그 여자의 몸짓이 내게 와서 닿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 여자의 손이 닿은 어깨를 툴툴 털어내며 기분 나쁘다는 표시를 했다. 여자의 웃음이 잦아들었고 큼 큼, 하고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냈다.
"비둘기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역시 무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여자가 가로막고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쯤 하면 그만 가겠지.
그렇지만 그 여자는 내 생각보다 더 집요한 사람이었다. 구태여 나의 가는 방향을 따라 쫓아오며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조잘조잘 시작했다.
*위 소설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명, 지명, 사건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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