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시체 청소부 (3)

by 희연

"있지, 노아의 방주 이야기 알죠? 인류가 타락한 모습을 보고 신이 노하여 홍수로 벌하고자 했을 때, 노아를 통해 방주를 짓게 만들고 그 안에 동물들을 암수 한 쌍 씩 태워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만 살렸다는 이야기. 요즘 나오는 성경에는 홍수가 멎었을 때, 육지가 드러났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신을 상징하는 흰 새를 날려 보냈고 그 새가 올리브 가지를 돌아오기에 육지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을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일부러 귀를 틀어막는 행동을 보이면 차마 너무 무례해 보일까 그러지는 못하고, 그래도 어떻게 하면 내가 당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지를 드러낼 수 있을까, 골몰하는 와중에도 그 여자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여자에게서 성경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인상을 쓰기도 했다. 뻔한 기독교인의 참신한 포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야 워낙 흔한 포교 레퍼토리이기도 하고, 어린 날 선물을 받으러 갔던 교회 행사에서 익히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약속을 지키는 신의 상징인 하얀 새.

나는 그 하얀 새의 모습을 호수에 고고하게 떠 다니는 하얀 백조로 상상을 했다. 어떤 친구는 작고 잽싼 흰 뱁새를 그리기도 했고, 백조는 너무 크고 뱁새는 너무 작다는 친구는 흰 오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로서는 이 흰 새를 기독교에서 어떤 새로 통일하기로 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지만, 신으로부터 평화를 전달받아 나눠준 이 새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새라고 해도 나와는 결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여자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진절머리가 났다.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야 떠날까?


"그런데 사실은 옛날 성경을 보면 그냥 '흰 새'가 아니라 '흰 비둘기'라고 적혀 있는 거 몰랐죠? 어때요, 좀 재미가 있나요?"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서 뭐?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옛날 성경이라니, 어디 80년대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건지.

코웃음을 쳤다.


"이 밖에도 성경 속에 단순히 '흰 새'의 모습으로 성령이 임했다고 하는 부분들 모두 원래는 '흰 비둘기'였다는 거죠! 놀랍지 않나요?"


아니,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관심이 없다다니깐. 설령 과거에 비둘기가 좋은 의미를 상징하는 곳에 등장하였다고 해도, 요즘의 동화책에 등장하는 멍청하고 게으른 새는 모두 비둘기이고, 흔히 게으르고 태만한 자를 '비둘기 같은 놈'으로 비하하는데, 과거의 영광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비둘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한낱 비둘기 시체를 청소하는 일을 하는 나에게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비둘기 인식 개선 캠페인이라도 벌이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고 싶은 말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일부러 하지는 않았다.


"좋아요, 이걸 들으면 더 관심이 생길걸요? 비둘기는 방향 감각과 귀소 본능이 탁월해서, 옛날에는 편지를 주고받을 때 비둘기의 발목에 달아 날려 보내기도 했어요."


이제는 정말 저를 내버려 두라는 말을 하려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여자를 돌아보았다. 나보다 살짝 뒤처져 걸어오던 여자도 따라서 발을 멈추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이제야 흥미가 도셨나 봐요, 하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에 흰 천 조각이 발목에 묵인 채로 발견된 비둘기 시체가 떠올랐다. 단순히 주인을 표시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호기심의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었다.

이 여자에게 내가 발견한 것을 이야기해도 괜찮은 걸까?

섣불리 내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기에 나는 너무도 겁이 많았다. 대체 왜 하라는 비둘기 시체 수거는 안 하고, 비둘기 시체의 발목에 묶인 천 쪼가리나 걱정을 하죠? 비아냥이 돌아올까, 혹은 나를 미친 사람 정도로 여기지는 않을까.

머뭇대며 어떤 말로 대화를 이어 나갈지를 고민했다.


"저기요! 거기, 일 제대로 안 해요?"


날카로운 쇳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다. 그 여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는 또 다른 불쾌한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라 소리의 근원을 살피니, 세 시 방향에서 웬 아저씨가 성난 얼굴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비둘기 시체가 너브러져 있었다.

여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가 어깨를 으쓱 이고는, 그럼 이만, 작게 대답하고 비둘기 시체가 있는 곳을 향했다. 여자는 그 자리에 박힌 듯 서 있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일을 하러 떠났다.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을까? 내가 일을 마친 후에도 그 자리에 있을까?

쨍알거리는 아저씨의 소리가 귓전에 닿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일을 묵묵히 했다. 비둘기의 시체를 수거하여 특수 팩에 담아 등에 멘 수거함에 넣었다.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며 여자가 서 있었던 자리를 흘긋, 쳐다보았다.

여자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었다.









*위 소설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명, 지명, 사건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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