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야기

바다 위의 충절, 한산도 제승당을 가다

by 목마르다언덕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오늘, 나는 그 '보이는 것'을 찾기 위해 통영항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한산도.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여전히 흐르고 있는 제승당(制勝堂)이다.


바다를 건너, 역사의 섬으로


11시,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남해 바다를

가로질렀다.
짙푸른 물결 위에 작고 조용한 섬 하나가 떠오른다.

한산도에 도착하는 여객선


한산도.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본거지였으며,

이순신 장군의 전략지휘소가 있었던 곳이다.

섬에 들어서면 울창한 송림 사이로 고풍스러운 누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입구에는 "대첩문"이라는 현판이 걸려있고, 조선군 수문장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 우리를 맞는다.
잠시 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제승당(制勝堂)으로 향했다.

2718124153F25ED740.jpg 대첩문과 조선군 수군의 모습


운주당에서 제승당으로


현재 우리가 제승당이라 부르는 이 건물은,

본래 이름이 운주당(運籌堂)이었다.

전쟁 중 전략을 세우고 군사회의를 열었던 장소로,

이순신 장군이 실제로 작전을 구상했던 공간이다.

제승당은 추모의 장소라기보다는 전략과 결단의 현장이다.

그렇기에 이 공간에 서 있으면, 마치 당시의 장군과 장수들이

회의를 하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르는 듯하다.


KakaoTalk_20250515_224845079_05.jpg 한산도 제승당



KakaoTalk_20250515_224845079_06.jpg 제승당 역사소개


장군의 정신을 기리는 곳, 충무사


많은 이들이 제승당에서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만나기를 기대하지만,

사실 영정은 인근에 별도로 자리한 충무사(忠武祠)에 봉안되어 있다.

‘충무’는 이순신 장군의 시호이며, 이 사당은 그의 충절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고요한 숲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충무사에는 장군의 영정이 엄숙히

걸려 있으며, 방문객은 향 하나를 올리며 마음속 깊은 존경을 표현할 수 있다.


"그저 나라를 위한 길이기에,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충무사는 한산도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정신과 마음을 다듬는 성소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정점이였다.




시비(詩碑)에 새겨진 마음


해변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두 개의 시비(詩碑)가 눈에 띈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시구가 바다를 배경으로 새겨져 있다.

그 석비 앞에 서니, 마치 장군의 음성이 물결에 실려 들려오는 듯하다.


“전사즉생, 생즉사(戰死卽生 生卽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그 말의 진심을 이 작은 섬은 아직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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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한의 거북선을 이곳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통영 강구안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제승당 앞바다에 떠 있다면?
관광객들은 훨씬 더 큰 감동과 상징을 느낄 것이다.


한산도 앞바다에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 떠 있다면,

제승당의 역사적 상징성과 거북선의 실체가 맞닿는다면,

그곳은 단순한 ‘섬의 명소’가 아닌 ‘대한민국 해양정신의 성지’가 될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이자, 글로벌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통영의 정체성을 세계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다.


KakaoTalk_20250515_231209033.jpg 강구안에 있는 실물크기의 거북선과 판옥선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 남은 울림


2시 배를 타고 다시 통영으로 돌아왔다.
햇살이 반짝이는 수면 위에서, 나는 한산도라는 공간이

단지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가르침을 주는

성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산도 앞바다에 출렁이는 물결은 어느새 이순신 장군의 흔적처럼 다가왔다.

그는 말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섬을 찾은 나에게는,
“이 정신을 기억하려는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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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목마른 당신에게, 이 언덕에서 한 잔의 글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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