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야기

고양이 학교.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방문

by 목마르다언덕

고양이의 수업은, 공존의 첫걸음이었다.


경상남도 통영의 작은 섬, 용호도.
이름은 호랑이와 용이 함께 사는 듯 웅장하지만,
이 섬에서 마주한 건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한 존재들이었다.
이곳은 지금 ‘고양이의 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선착장 바닥엔 책상에 앉은 고양이 그림이 깔려 있고,
골목마다 벽화를 타고 고양이들이 춤을 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곳이 있다.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는 학교.

그 이름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학교’다.


사진1차 (27).jpg 선착장 바닥의 고양이 학생


고양이에게 배우는 공존의 기술


오전 10시 30분,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한 배는
잔잔한 바다를 지나 용호도에 닿는다.
작은 선착장에서 발을 내딛자마자,
나를 맞이한 건 고양이였다.
그림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길은 시작부터 고양이와의 동행이었다.


KakaoTalk_20250522_224628208_01 (1).jpg


고양이학교는 선착장에서 1.2km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 15분,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는 길이었다.
자전거도 있었고, 택시도 있었지만
나는 걷기로 했다.
기다림과 설렘이 교차하는 길 위에서
나는 이미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사진1차 (14).jpg 공공형 고양이 보호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


이곳은 보호소가 아니라, 고양이들의 작은 사회였다


고양이학교의 정식 명칭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다.
하지만 그 공간은 단순한 보호소가 아니었다.
고양이들이 놀고 쉬고, 서로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작은 사회였고, 하나의 공동체였다.


세 개의 보호실과 하나의 화장실,
그리고 따뜻한 온풍기와 천장형 냉난방기가 있어
아이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점심시간 무렵 도착해 잠시 잔디 운동장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두 분 중 한 분인 선생님께서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점심시간에도 들어오실 수 있어요.
아이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 순간, 나는 이 학교가 얼마나 ‘열려 있는 공간’인지 느꼈다.
방문자도, 고양이도, 모두 이 공간의 주인이자 손님이었다.


KakaoTalk_20250522_224540031_17.jpg 해변가 고양이 급식소


고양이와 인간, 서로를 바라보는 연습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손을 소독하자
고양이 몇몇이 방에서 나와 나에게 차례차례 다가왔다.
누구 하나 억지로 다가온 존재는 없었다.
그저 내 곁에 와 앉고, 눕고, 조용히 숨을 나누었다.

무릎 위에 올라타는 고양이,
내 손에 얼굴을 비비는 고양이,
그리고 멀찌감치 앉아 외지에서 온 관광객인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고양이들.

그 모습들에서 나는 문득,
우리는 이들을 돌보는 존재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실감했다.


서로 나의 다리를 차지하겠다고 다가오는 고양이들


이곳엔 두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이름을 부르고, 성격을 알고,
가끔은 고양이의 기분까지 읽어주는 사람들.
그들이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보호”가 아니라 “관계 맺기”였다.


KakaoTalk_20250522_160744450_03.jpg 너무 평온하고 행복해하는 고양이들


치즈냥이는 다리를 잃었지만, 마음을 먼저 내주었다


휴게실 한켠에서 만난 치즈색 고양이 한 마리.
그 아이는 다리를 하나 잃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내게 다가왔다.
내 손을 핥고, 다리에 몸을 비볐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그 아이는 거리낌 없이 다가왔다.

아픔은 경계가 아니라 다리(bridge)가 될 수 있다.
그 고양이는 그렇게 몸으로 가르쳐줬다.
다름을 품는 법.
불완전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KakaoTalk_20250522_160742135_10.jpg 내 앞에 편안하게 누워 쉬고 있는 치즈



“이 섬에서 고양이는 대상이 아니라 이웃이었다”


학교를 나와 마을을 걷다 보면
고양이들이 그려진 벽화가 이어진다.
길고양이들이 그림 밖으로 나와
실제 마을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그들을 ‘관광 콘텐츠’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공존의 징후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이 섬에서
보호의 대상도, 혐오의 대상도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존재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50522_224628208_14 (1).jpg 선착장의 건물벽화와 조형물


공존은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연습이다


오늘 나는 이 학교에서 시험도, 정답도 없는 수업을 들었다.
고양이들은 나를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말 없는 존재와
마음을 주고받는 방법,
상처를 존중하는 법,
그리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 모든 것이
고양이의 수업이었고,
공존의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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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목마른 당신에게, 이 언덕에서 한 잔의 글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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