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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Nov 08. 2018

웨스트윙으로 읽는 리더십 이야기

2. 비판 할 용기, 비판 들을 용기

웨스트윙은 미국에서 첫 방영 된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드라마이다. 그러나 여전히 리더와 조직원들을 둘러싼 팀의 이상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드라마이다. 또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이다. 웨스트윙의 이야기를 통해서 좋은 리더와 팔로워에 대해서, 그리고 좋은 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글 속에 나오는 대사는 과거 네이트 동호회에서 제작하신 자막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에 대한 자막 작업을 수년간 진행하셨던 네이트 동호회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보스는 정직한 피드백을 받지 않는다. '자유롭게 말해보라'라고 말하긴 말하는데, 그건 형식상일 뿐 보스가 진짜로 바라는 대답은 자신에게 아첨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대고 반대 의견을 말하면 '기분나쁘면 관둬라/꺼져라'라고 하면서 쫓아내거나 계약을 끊어 버린다. 또는 '말은 맞는지 모르겠는데 말하는 태도가 나빠서 괘씸하다'라고 태도나 예절 탓을 하며 비난하고 쫓아내어 버린다. 이런 보복 때문에 아무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으며 보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반면 리더는 정직한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 차이는 조직의 발전에 연결된다.
(나무위키, 리더십 항목 중)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라고 한다. 말은 정말 쉽다. 그러나 쓴 소리는 어느 누구든 듣기 불편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 많은 역사를 둘러보면 비판에 귀를 기울인 군주보다는 비판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내용을 찾는 것이 더욱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쓴 소리는 리더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개인이 성찰을 함으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듯이 팀 또한 비판과 쓴 소리를 경청할 때 더 좋은 조직이 될 수 있다. 최소한 쓴 소리가 리더와 조직이 가고 있는 방향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쓴 소리가 맞든 틀리든 피드백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쓴 소리는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쓴 소리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쓴 소리를 하는 불편한 팀원에게 리더가 ‘나는 네가 없으면 안된다’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웨스트윙 시즌1 5회에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토비와 그것을 듣는 대통령 바틀렛의 이야기가 나온다. 기자회견 일정을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하는 대통령과 참모들, 무난하게 넘어가는가 싶더니 토비가 총기 법안 질문에 대한 리허설을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토비는 자기 주관이 아주 뚜렷한 인물이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강하고, 결국 그것이 시즌 막판에 가서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어쨌든 대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꼭 회의 끝날 때 다른 소리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참모들에게)이제 총기에 대해서 해보지”(토비)

“그럴 필요 없네“(바틀렛)

“기자들이 거기에 대해 꼭 물어볼 겁니다.”(토비)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을 거란게 아니네 내가 준비됐다는 뜻이야”(바틀렛)

“한 두 개 질문만 해보는게 어떻겠습니까?”(토비)

“지금 시간이 내가 잔소리 듣는 아침 10시 인가보지?”(바틀렛)


이미 총기 법안은 성공적으로 통과된 상황이었고, 대통령 또한 더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 토비가 이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자 대통령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토비는 총기법안이 완전하지 않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대통령은 결국 샘에게 질문을 지시한다.


“각하, 이번 승리를 거둔 총기규제 법안에 대해 의미있는 범죄의 감소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이유가 있습니까?”(샘)

“그렇습니다. 다음분?”(바틀렛)

“각하?”(토비)

“코니 아일랜드 흥깨는 신문의 지글러씨, 추가 질문 있습니까?”(바틀렛)

“질문을 받으셨잖습니까. 그런 질문을 받을 만큼 운이 좋은데도 무시해 버리시는 겁니까?”(토비)

“존경을 담아서 말씀드리는데,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토비)

“난 의지박약에 멍청하니까”(바틀렛)


결국 오고가는 논쟁속에 대통령은 짜증을 내버린다.

(아 토비 쫌...)


여기에 그 날 진행된 대통령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토비는 헐리우드를 비판하는 연설을 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기금모금파티를 동시에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프로 잔소리꾼 토비…)


토비는 웨스트 윙에서 가장 까칠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현실보다는 이상 주의자에 가까우며, 자신이 기부한 옷을 입은 한국전쟁의 참전군인이 사망했을 때 대통령 몰래 이름을 빌려서 장례식을 치뤄주기도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다고 생각이 들면 윗 사람 눈치를 잘 안보는 캐릭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내내 토비는 쓴 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캐릭터로 나타난다. 쓴 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만큼 대통령을 가장 짜증나게 만드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5화에서 까칠한 토비에게도 아이와 같은 면이 나타난다. 컨설턴트인 맨디는 헐리우드와 관련된 논쟁으로 맞섰던 토비에게 그의 자리가 원래 데이빗 로젠이라는 인물의 자리였으며, 그가 고사했기 때문에 토비가 지금의 공보수석을 맡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토비는 자신의 자리에 본인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소심해져 버린다. 그리고는 CJ에게 자기 대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총기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한 달전에 내가 대통령께서 내 자리에 고른 첫번째 사람이 나였냐고 물었던거 기억해?”(토비)

“또 그 얘길 해야 하나요?”(CJ)

“날 과대망상증환자라고 했었지”(토비)

“48번째로 말하는데 토비는 각하께서 차선으로 고려한 사람이 아니었어요”(CJ)

“그럼 데이빗 로젠은?”(토비)

“그가 왜요?”(CJ)
“맨디가 방금 내 사무실에 다녀갔어 자기는 데이빗로젠이 내 자리를 거절해서 기쁘다고 했단 말야”(토비)

“토비, 전 데이빗 로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얘긴지도 모르겠다고요”(CJ)

“각하의 기자회견이 곧 있을거야. 각하께 총기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좀 도와줘. 헐리우드 문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토비)

“대체 언제부터 각하께 얘기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게 됐어요?”(CJ)

“내가 갑자기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있는데 아무도 선생님이 그 애를 호명하길 바라지 않는 아이가 되버린 때부터”(토비)


(삐진 토비..)


아무리 요즘 말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토비지만 그 또한 최고로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사람으로 먼저 고려되었다는 사실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 이상 쓴 소리를 미움받으면서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대통령의 딸인 조이가 워싱턴에 온 것을 기념하는 파티에서 대통령과 토비는 다시 만난다. 토비는 결국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제 생각에 최근 우리가 그다지 잘 어울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토비)

“응, 그런 것 같더군”(바틀렛)

“제가 각하를 약 올렸나요?”(토비)

“그래”(바틀렛)

“제 자리에 데이빗 로젠을 첫번째로 선택하셨었습니까?”(토비)
“그렇네”(바틀렛)

“이 짧은 대화를 한 것이 기쁩니다. 기분이 훨씬 낫군요, 감사합니다”(토비)

“우린 그 문제로 밤을 꼬박 새웠다네, 토비. 나, 리오 그리고 조쉬가 말야. 둘이서 나한테 소리를 질러댔지. "주지사님, 토비가 적임자에요", "토비가 맡아야 해요". 난 내 입장을 고수했고 우린 로젠한테 갔었네”(대통령)

“그는 살로몬 브라더스의 공동경영자 자리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어. 다행한 일이지.”(대통령)

난 자네 없이 살 수 없다네. 토비, 진심이네. 잡초에 파묻히게 되겠지, 쓸모없는 사람들에 둘러싸일 거야.”(대통령)

“내가 가끔 자네를 실망시키는 것을 알고 있네. 자네의 실망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지. 내가 화내는 이유는 단지 자네가 많은 경우에 있어서 옳기 때문이야. 자넨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불러주길 기다리는 종류의 아이가 아니지. 자네가 C.J에게 한 말이 무엇이건 간에 말이야. 자네는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네, 토비”(대통령)


(바틀렛은 내가 본 리더 중 최고의 리더이다. 아.. 갓틀렛..)


토비는 공보수석에 우선적으로 고려되진 않았지만,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스태프 중 토비가 유일했다. 나머지 스태프들도 유능한 사람들이었지만 대통령과 맞서면서까지 쓴 소리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토비는 옳은 것에 대해서 주장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대통령과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맞섰다. 그리고 그런 토비를 대통령은 “없으면 절대 안되는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보통 조직에서 이런 식으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리더를 짜증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조만간 짐을 싸야 할 것이다. 최소한 다른 부서로 이동이 된다던가 말이다. 조직에서 리더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혼자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팀으로 일한다. 리더가 있고, 조직원이 있다. 쓴 소리를 한다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것이고 쓴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조직에 애정이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팔로워를 외면하거나 멀리하지 않고 가까이 할 수 있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이길 수 있는 힘을 다른 조직에 비해 더 가졌으며, 성공에 더 근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판할 용기, 비판을 들을 용기가 있는 팀은 더 나은 경쟁력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리더인가? 좋은 팔로워인가? 조직을 위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좋은 팀인가? 비판하고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좋은 팀워크를 가졌는가? 나와 우리는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좋은 팀에 있는가? 나는 비판하고 들을 용기가 있는 좋은 팀에 있는가? 오늘 대통령과 토비의 관계를 보면서 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참으로 멋지고 부러운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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