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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Nov 20. 2023

다시, 난중일기를 읽는다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 2>(태학사, 2023)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난중일기』라 부른 것은 조선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를 펴내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이순신 일기의 표제는 <임진일기>, <계사>, <일기 갑오년>, <병신일기>, <정축일기> 등으로 돼 있었다. 그 유래를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석오문화재단이 펴낸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 2>는 오롯이 『난중일기』다.  『이충무공전서』의 권5부터 권8까지 옮긴 것이다. 일기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임진년 1월 초1일에 시작해 정유재란이 끝난 해인 1598년 무술년 11월 17일까지 남아 있다. 물론 중간에 결락된 부분이 상당하다. 전해지는 과정에서 유실됐거나 어떤 이유로 장군이 일기를 쓰지 못한 기간이 있었을 것이다.     


박종평 역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정독했다. 이순신이라는 한 장수의 시선으로 본 한 시대의 기록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왜적의 침략을 받아 전 국토가 끔찍하게 유린되고, 수도 한양을 버리고 압록강까지 달아난 임금은 강 건너 명나라로 망명까지 도모했다. 백척간두의 운명 앞에 선 힘없는 나라 조선의 목숨줄을 살려놓은 것은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었다. 이순신의 존재는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만큼 압도적이었다. 『난중일기』를 읽지 않고는 이순신을 안다고 말할 수 없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위기를 이겨내는 인내와 지혜. 지금 이 나라에 절실한 덕목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이순신은 있는가. 간신배와 모리배들이 제 한 목숨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이순신 장군처럼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는 거룩한 지도자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1597년 정유년 4월 초1일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옥문을 나왔다.”     


이순신의 두 번째 백의종군이 아니었다면,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그해 8월 초3일 삼도수군통제사에 다시 임명되기까지 이순신 장군이 걸은 그 길을 언젠가 반드시 내 두 다리로 하나하나 되밟아가리라. 더불어 이순신을 흠모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준비해온 이순신 장군 관련 기록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거듭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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