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인생 항로 10가지
기생충 영화를 보면서 공감한 많은 대사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기택의 대사였다.
"너,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백수는 삶을 계획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맡긴다.
많은 이들이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역동적이게 삶을 살아낸다.
백수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강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이미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 봤기 때문에 이제는 내려오는 것이다.
계획을 세워 봤기 때문에 삶이 그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걸 깨달은 자가 백수다.
그래 언젠가는 계획을 세울 때가 또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냥 무계획으로 살아간다.
무계획은 실패하지 않기 때문에 삶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확연히 줄어든다.
대부분의 삶의 스트레스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데서 발생한다.
그것이 자신의 꿈이든, 돈이든, 명예든, 사명감이든.
백수는 그러한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삶을 관조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다르듯이
백수도 삶을 대하는 방식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는 자를 볼 수 있다.
백수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백수로 살아보니, 백수로 사는 것 역시 고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백수는 일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 주위에 사람도 없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기에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도 없다.
그뿐인가?
사회에서 별로 필요 없는 존재로 인식되기에 경제적으로도 궁핍하다.
그런데 백수로 삶을 조금씩 더 살다 보면 이러한 것 때문에 백수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정말 백수를 힘들게 하는 건,
삶에 있어서 직업이 주는 자기 존재감에 대한 가치가 큰데, 백수는 그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일'에는 단순히 대가를 떠난 자기 존재감에 대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일'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존재감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그 의미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살아갈 힘을 준다.
일하는 사람은 단순히 돈 때문에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그 일을 온전히 내려놓았을 때는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일에 숨겨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은퇴 후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백수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체성의 이유가 더 크다.
결국 백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정체성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 또는 어떠한 물질적 대가로 살아가던 방식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진다고 하더라도 그 백수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결국 삶에 대한 행복도는 돈과, 명예나, 타인의 인정보다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인생의 철학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는 바 인생의 항로가 그 누구의 의견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타인이 아닌 자신이 세운 인생의 항로가 분명하다면, 백수도 충분히 영광스러운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백수 인생의 항로는 계속 바뀌어가겠지만 지금 떠오르는 백수 인생의 항로들은 아래와 같다.
이 항로가 더욱더 영광스러워 지기 위해서는 조금 덜 치열하게 삶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백수 인생의 항로 10가지.
1.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내는 것.
2.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의 모습, 그리고 더 나아질 내일의 내 모습
3. 어차피 타인은 한 세기만 지나도 나의 존재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4. 내 주변 가까운 사람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임을 잊지 않는 것.
5.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고 앞으로도 가장 사랑할 사람이라는 것.
6. 원하는 걸 하더라도 결국 다른 원함이 생긴다는 걸 일찍 깨닫는 것.
7. 내가 백수일 때 나를 찾는 사람들을 정말 소중히 대하고 아껴주는 것.
8. 백수이기 이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위대한 인간이라는 것.
9. 무한한 가능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언제 그 가능성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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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가지는 미래의 백수가 될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백수의 매력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 일을 남겨두는 데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