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백수 아빠

돈이 부족한 백수는 그냥 불안하다.

by 김씨네가족

대부분의 노동은 고되다.

그러나 노동에는 대가가 따른다.

공평하지 않은 대가일 수 있지만, 노동력을 거저먹는 이들은 극히 소수다.


노동에 따른 대가가 위험도가 큰 경우 우리는 극한직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노동력의 강도가 세고 보통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직업의 경우도 극한직업으로 불린다.


백수 아빠를 극한직업으로 부를 수 있을까?


백수를 영어로 표현하면, jobless 또는 unemployed로 표현이 가능하다. 우리말로는 무직이다.

더 정확한 표현은 lounger 다. 게으르고 느긋하게 세월을 보내는 사람. 우리말로 하면 '백수건달'이다. 이 표현이 백수를 영어로 정확히 번역한 경우다.


일상회화로는 'hanging out'을 많이 쓴다. 조금은 부정적인데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하기 싫어 일을 안 하고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다. 게으르고 쓸모없는 사람이란 뜻의 'bum'도 있고,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존중받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이란 뜻의 'deadbeat'도 있다.


영어에는 이렇게 '백수'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한국어로는 '백수'이외에는 없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의외로 이 '백수'를 상당히 부러워하는 분위기다.

내가 아는 지인들은 최소한 '나'를 부러워한다.


퇴사를 꿈꾸고,

스타트업을 해서 회사를 크게 키우고,

하루빨리 경제적 독립을 꿈꾸는 이들이 내 주위에 많다.


그래, 나는 아직 경제적 자유를 이루진 못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할 만큼 통장잔고가 넉넉하지도 못한다.

언젠가는 종료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백수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매월 고정적인 월급이 들어오지만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몰라서 불안해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지금은 매출이 좋을지라도, 언젠가는 이 회사가 지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프리랜서는 때로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불규칙한 수입으로 인하여 불안해한다.


백수는 그냥 불안하다.

문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돈이 부족한 백수는 그냥 불안하다.


이 불안함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서 백수라는 직업은 극한직업이 될 수도 있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이 불암함을 정면으로 다 받아내고 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나에게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백수생활을 여유롭게 하기에는 맞지 않는 커리어인 듯하다.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에는 뭔가 내세울만한 게 없다.

그렇다고 놀고먹기에는 돈이 부족하다.

결국 돈 문제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백수와 백수 아빠의 차이점


나 혼자는 적게 쓰고, 적게 먹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 내가 만약에 싱글이었다면 백수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소박한 집에서

소박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박한 취미생활과

소박한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백수가 아니라 아이 셋을 둔 백수 아빠다.

이 사실은 소박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바꾼다.

아무리 소박하게 살더라도 한국에서 5인 가족이 사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그러한 적지 않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싫어도 괴로워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야근과

긴 출퇴근 시간과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생활들이 많이 생겨난다.


그렇다.

나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 수 있는 백수가 아닌,

아이 셋을 키워내야 하는 백수 아빠다.


불안감과

책임감과

희망과

새로운 시도를 감행해본다.


다행히 아직은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진 않았으니

조금은 천천히 여유롭게 이 백수생활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결국 모든 건 건강한 정신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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