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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Nov 04. 2021

공정한 게임

  아직 은퇴준비를 하기엔 이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아내와 오랫동안 같이 할 수 있는 취미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등산을 선택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그리고 그 어떤 나라들보다 꽤나 아름답다. 

 

그뿐 아니라, 등산이라는 건 언제든지 약간의 준비만 하면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정말 망해서 돈이 하나도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게 등산이기도 했다. (사람 일이란 건 알 수 없으니..)


 어쨌건, 그렇게 시작한 등산이었는데 너무 초반부터 무리하는 건 아닌가 싶은 한라산을 같이 갔다. 사실 아내가 먼저 한번 갔다 왔고.. 꽤나 의미가 있었는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같이 가자고 했다. (보통이 아니다..)


 당일치기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하루 만에 갔다 왔다. 보통은 한라산 등반 이후에 꽤나 지쳐있어서 저녁도 못 먹는다고 했는데.. 우리의 목표에는 제주 흑돼지 코스도 있었다.


 올라가는 건 할만했는데.. 역시나 하산이 힘들었다. 마지막 1-2시간은 아주 오래된 행군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으니...


 그런데 이렇게 쉽지 않은 코스인데도 초등학생부터 거의 70~80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까지 꽤나 많이 등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일에 20대로 보이는 젊은 분들이 건강한 몸으로 등산을 하는 건 꽤나 멋있어 보였다.


 분명 누군가는 열심히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갈 텐데.. 소중한 시간을 나름은 한가해(?) 보이는 시간에 쓸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초등학생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많든 적든, 시간이 많건 적든.. 한라산을 오르기로 시작한 시점에선 모두 공평해진다. 그리고 최소 7시간 정도는 이곳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오르고 다시금 내려와야 한다.


 가끔은 낙오자를 위한 특급열차(?)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그걸 타고 싶어 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한라산을 등반할 시점에선 꽤나 불공평할 수 있다. 초등학생과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기초체력은 월등히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떤 나이 많은 분들은 꽤나 젊은 사람들보다도 훨씬 안정적이고 빠르게 산을 오르고 내리는 분들이 있다. 결국 등반 이후에 이 게임이 꽤나 공정한 게임이었음을 인지하게 된다.


 인생 역시 태어난 조건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꽤나 불공평한 게임이다. 그런데 큰 시간의 관점과 그 긴 시간 속에서 각자가 어떠한 마인드로 자신에게 닥쳐진 일들을 이겨냈는지에 따라서 결과론적으로 보면 불공평하지 않고 꽤나 공정한 게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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