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따뜻한 살인.

by 효라빠

처음 글을 써보고 싶었을 때 하고 싶은 장르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도 없던 글재주가 생긴 건 아니지만 이제는 엄두를 내볼까 한다.

소설을 써보고 싶은 이유는 현실에서 하지 못 하는 일을 소설에서는 작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내 글 안에서 마음대로 해보고 싶다.


나는 교도관이다. 16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교도소에서 일하고 있다. 교도관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노숙자, 재벌, 정치인, 강간범, 살인자 등등. 아마도 이곳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살인자를 볼 때는 그들이 교도소라는 곳에서 정말 죗값을 치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일반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온 수용자들이 자유를 박탈당하며 혹독한 죗값을 치른 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인권이 좋아져 교도소 생활이 밖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말 편하다. 여기서 하나하나 나열할 수는 없지만 무참히 타인을 살해하고 강간하며 사기 친 사람들이 받는 벌 치고는 너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들을 볼 때 가끔 고민이 되는 건 내 가족이 피해를 당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특히 살인과 같은 중대한 범죄일 때는 더 고민이 된다. 그 살인자를 내가 근무하는 교도소 안에서 매일 보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사적 복수를 위해서 똑같이 살인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교도소 안에서 뉘우침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법의 처벌을 받고 있다고 여기며 참고 볼 것인가.

교도소 안에서 그 살인자를 죽인다면 나도 똑같은 살인자가 될 것이고, 교도관에서 수용자로 바뀐 인생이 되어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두 번의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차라리 교도소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처럼 가해자가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테인데 교도관인 나는 그게 잘 안될 것 같다.

지금 그런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쓰려고 한다. 소설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야 할지 아직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소설을 쓰려고 구상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구상 중인 소설의 결론을 지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써보자는 마음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결론은 글 쓰면서 마지막에 낼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 소설이 나올지, 얼마나 재밌는 소설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시작해 봐야겠다.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교도관이 피해자로서 느끼는 감정을 소설로 풀어보고 싶다. 그러면서 교도소와 교도관의 고민도 일반인들에게 이야기할 계획이다.


내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다 보니 '이야기를 잘 풀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들지만 일단 도전해 보려 한다.

이렇게 도전한다고 선포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을 거 같아 소설 쓰기 전 브런치에 말을 꺼내는 이유다.

아직도 많은 부분을 구상 중이지만 일단 시작해 봐야겠다. 이왕 쓰는 거 멋진 책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제목은 '따뜻한 살인'으로 정했다. 가제이긴 하지만 많은 고민과 고민을 해서 지었다. 타인을 죽이는 살인이 따뜻할 수 없지만 어쩌면 그런 살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브런치에 연재해서 많이 사람이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구독과 좋아요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글쓰기를 이어갈 것이다.

내 소설을 읽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지라도,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소설의 마지막 장에 '끝'이라는 이 한 단어를 꼭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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