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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Oct 24. 2024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내가 40대까지 살아오면서 되돌아보면 참 사람들이 참 나를 속이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 나에게 뭔가를 해 주겠다였다. 같이 뭘 하자, 일자리를 주겠다, 승진을 시켜주겠다, 선물을 주겠다 뭐 이런 말들이 무수히 들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죄다 뻥이다. 그래서 예민한 나는 아동 시절에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농락을 당했다. 근데 이런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같은 어른이데 내 모습이 참 유순해 보이는지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헛 소리를 한다. 자신은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랐다 이거지. 헛 꿈을 꾸게 하면서 자신의 말을 듣게 하는 가스라이팅을 시도 하려는 수작이다. 난 그런거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갖고 논다. 고단수. 하지만 내가 먼저 수작을 벌이지 않는다. 넘어가는 줄 알고 킥킥 대는 그 나쁜 사람을 혼내 준다. 아니 비웃는다. 내가 속을 줄 아느냐. 


정말 사람들에게 많이 치여서 이젠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란다. 이게 내 우울증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무신경한 나. 무신경 한 거 같으면서도 챙길 건 챙기는 따뜻함은 또 있다. 그러나 난 이런 사람들이 싫다. 바로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한 선택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을 보면 좀 화가 나기도 한다. 왜 자신의 삶을 남에게 미루며 선택의 책임을 회피를 하려는 지. 그 점은 두려워 서다. 두려워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를 스스로 포기를 하는 건가.


나는 우울증이 심하지만 내 삶은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붙잡는다. 워낙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죽으면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엄청 나게 나무랄 거 같다서다. 


“어떻게 지금까지 있게 했는데 죽으려 들어?”


라고 삿대질이라도 할 거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난 심하게 내 자신을 자책을 하고 자학을 주었지만 죽지는 않았다. 말은 우울증 환자 답게 ‘죽어야 하는 데..’를 속삭이며 축축 쳐져 무기력이 심하게 찾아왔다. 그러나 이 때도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붙잡고 있어서 죽을 생각은 했어도 실천으로는 옮기지 않았다. 

“내가 미래의 널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을 이겨냈는데 죽으러 들어?”

라고 나무랐다.

이런 내면의 내 소리를 주변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가면성 우울증이라 겉은 멀쩡해 보여서 30대때 잠시 일을 놓고 문화센터에 갔는데 거기서 욕을 먹었다. 


“젊은 나이에 일을 하지 않음 쓰레기다!”


단 둘이 있을 때 지도 전업주부면서 이런 말을 나에게 내 뱉었다.

그러면서 역시나 상처가 되어 그 즉시 일자리를 무리하게 알아보고 바로 취업도 되었다.일하면 난 너무 열심히 일하는 바람에 3년을 넘게 일터를 다닌 적이 없다. 번아웃이 쉽게 오고 일이 유난히 많이 주어진다. 어딜가나 그 일터의 막내이기에 자질구레한 일은 도맡는데 이도 자존심이 상했다. 큰 기업이 아니면 정기적으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2-3년만 일하고 다시 백수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일도 다양한 업계를 드나들었다. 건설업계, 금융업계, 유통업계를 거쳤다. 그래서 대강은 대한민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강은 알게 되었다. 일도 유난히도 많았다.


여기서도 참 직장의 텃세가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가느냐였다. 어쩔 땐 잘 헤쳐 나간다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겉돌았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듣기 싫은 말도 곧잘 들었다. 일은 잘 했던 걸까. 기존에 있는 직원들이 경계를 할 지경이였으니까.


이러면서 병원은 착실히 다녀서 우울증으로 나를 자학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마음에 상처를 준 여직원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내가 배웠다. 왁왁대고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인 이 여직원에게 건강한 감정상태를 유지 하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속이 곯아 터지는 데 이 여직원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표현을 다했다. 하도 왁왁대고 자신이 최고라며 자기 주장만 하는 이여직원을 보고 주변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보고 깨달았다. 남이 어떻게 받아주든 내 감정을 속이지 말자. 내 감정 드러내자고. 그래서 나도 드러내니 오히려 주변인들이 좋아한다. 감정이 생겼다면서. 더불어 나도 스트레스가 줄었다.



지금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이젠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재택업무를 할 수 있는 직종으로 찾는 중이다. 너무 사람에 치여서 어차피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도 사람과 엮여지는 건 같지만 말이다. 회사보다는 재택은 혼자서 하는 외로운 작업이 많지만 난 이게 더 낫다.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과거의 내자신에게 당당하게 마주 하기 위해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열심히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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