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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자취방(1)

by 김솔현

9월 1일부터 수업이 시작이라 미리 방학동안 비워 놓았던 자취방에 왔다. 아, 자취방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네.

내 자취방은 급하게 구하게 되었다. 1학년 1학기때 2개월만에 기숙사 적응을 못해서 나와 버렸다. 그래서 여기저기 부동산을 통해 알아보았다. 한 3군데 추천해 줘서 다녀보니 마지막 집 단독주택이 독립적이고 조용할 거 같아서 이 집으로 선택했다. 2년 전세로 계약을 했다.

단독주택에 한 쪽 구석에 방이 직사각형으로 넓직했다. 책상과 침대가 들어서면 다 찼고 책상과 침대 사이에 작은 냉장고를 넣었다. 좁은 주방(이건 그냥 모양만 갖춘 듯했다.)이 있었다.


브런치_방구조.jpg


대문도 있었는데 제 역할을 못했다. 그 후 동기나 후배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데 막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대문을 텅 발로 차면 그만 열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자취방 문을 직접 두들기며 나오라고 했다. 다행히 방 안까지 기습하지 않았다.

각설 하고 엄마는 내 자취를 위한 물건을 사고 하면서 내가 시집이라도 가는 마냥 눈물을 훔쳤다.

“아~ 왜 울어? 내가 시집이라도 가??”

“아니, 시집보내는 마음이 되어서. 내 품의 자식이 자취를 한다고 생각하니 먹먹해.”

이런, 정말 결혼을 하면 집안이 무너지기나 하겠네.

이래저래 자취하기 위한 물건들 다 장만하고 – 이때 노트북만 없었다. 내가 이때 학교 보고서를 어디서 작성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모님 이제 가시라 하고 이제 알아서 하겠다 했다. 엄마는 전입신고를 꼭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아빠도 전입신고 해야 한다고. 근데 내가 주말에 이사를 해서 화요일에 전입신고를 하러 동사무소(현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갔다. 순조롭게 전입신고를 잘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취집으로 향했다.

“아~ 드디어 부모님의 간섭에서 해방이다~~~~ 내가 보고 싶은 만화책 실컷 봐야지!”

나는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간섭이나 통제가 심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다 막고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하는 것만 시키려 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았다는 기억이 없다. 그냥 나 혼자 컸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질적인 건 충분히 잘 해 주셨다. 그러나 정신적인 건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가장 큰 예가 만화책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거다. 그림 그리는 것도 부모님은 싫어해서 내가 다 숨어서 했다. 오로지 공부하란다. 주변에서 내가 공부에 소질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 변호사 하겠다고 했을 때 ‘해라’고 하며 나중에 사법고시를 할 수 있게 지원해 줬어야지!(내 땐 로스쿨이 아니라 사법고시였다.) 집이 사실 고시 생활을 지원 할 정도로 풍족하지 않다고, 내가 고교때 성적이 꽈당이라서, 꿈 깨라고 혼냈다. 허황되다고. 그리고 뭔 여자가….. 이랬다. 나 때만해도 고등학교 교육 목표가 ‘현모양처가 되자’였다. 젠장 이게 뭐야. 좋은 신랑감 얻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가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좋은 신랑감을 얻는다는 거였다. 웩! 난 이때 반항심이 극에 달했다. 난 커리우먼이 될거야! 하며 속으로 비웃었었다. 이에 내 부모님도 같은 뜻이였던 거 같다. 사실 난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동생이 장애가 있어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동생처럼 될까 겁나서 말이다. 그리고 엄마가 결혼하는 건 아이를 낳기 위해 하는 거라고도 했다. 그러면 결혼할 이유가 없다고 해서 말끔히 결혼 생각을 지웠다.


난 현모양처가 아니라 일로 성공할 거야!


라고 이때 마음 속으로 외쳤다. 지금? 우울증이 심해서 일을 놔야 했다. 근데 그 일이 어떤 일을 말하는 건지 사회 나와서 헷갈렸다. 꿈은 꺾였다. 내가 심한 질환을 앓게 되어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서다. 대학교수들도 졸업할 때 놀랐는 데. 아웃사이더가 과수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을 너무 놀라워했다. 전체 3등으로 입학해서 전체 3등으로 졸업했다. 아버지가 튀지 말라 했는 데 어딜 가든 튄다. 아버지는 이 때 기분은 좋았단다.

어쨌든 정말 자유를 얻었다. 만화책을 실컷 보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많이 가졌다. 새벽까지, 밤 새서 놀기도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신났다.

그러나 신나지 않은 건 집안일, 엄마가 해 준 일을 내가 직접 해야 했다는 거다. 빨래, 요리, 청소를 다 해야했다. 이중 제일 난감했던 건 식사 챙기기다. 배는 고픈 데 내가 요리를 전혀 못했다. 엄마가 해 준 밥상만 받았기 때문이다. 다 밖에서 사 먹게 되었다. 부모님은 이해를 하셨다. 요리 전혀 못하는, 자신들이 주방에 못 들어오게 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용돈을 풍족히 주셨다. 다 식비였다. 100만원에 70만원이 식비였다. 하루 1끼나 2끼를 먹게 되었다. 그 덕에 살도 쫙쫙 빠졌다. 오락실의 펌프로 운동이 되어서 성형다이어트가 되어 살 속에 파 묻혔던 미모가 나타났다.

친구들이라고 하는 학생들도 끊임없이 대문을 박차고 와서 내 자취방 문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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