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대문 박찬 소리)….. 처벅처벅…. 내 자취방의 방문 앞에 오는 소리…..
“수현아! 나와~ 놀올자아~~~”
어느 남자학우의 목소리. 난 수업을 듣고 3시간 공강시간이 생겨서 자취집에 와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아, 누구야…… 놀자니….”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창문너머로 보이는 얼굴을 보았다. 아, 누구더라?
“누구?? 기억이 가물한데?? 누군데 남의 대문 박차고 들어왔냐?”
“야, 날 몰라보다니. 그럴 수 있겠다! 나 철우야. 동아리 알지? 같이 어제 술 잔치할 때 봤잖아. 얜 동환이.”
“근데 어떻게 내 자취집이 여긴 줄 어떻게 알았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다. 내가 또 궁금한 일은 못 참고 질문공세를 펼친다.
“어떻게 알았냐면…… 래연이가 알려줬어! 같이 왔으니까 같이 놀러가자.”
뭐야. 또 래연이야? 아, 얘 왜 자꾸 일 만들어~
“알았어. 외투 입고 나갈게. 이따가 수업 또 있어서 오래는 같이 못 있어.”
나는 다음 시간에 있을 교양수업에 쓸 교재가 들어있는 가방을 짊어지고 방 밖으로 나섰다.
대문 근처에 역시 여자 2명(나까지 3명)과 남자 4명이 있었다. 도대체 어딜 가겠다는 건가.
“그니까…… PC방 가자! 거기서 게임 단체전하자고!”
“그거 하려고 이렇게 잔득 불렀어?”
모인 학우들 중에 한 명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노래방 가서 노래 실컷 부르자. 지금 시간이면 영업 시작할 시간이니까.”
래연이와 같이 온 보라가 말했다. 아, 얘…… 언제 만화동아리에 입회서를 내고 래연이와 같이 온 거지? 아는 체를 해야 하는 건가.
“아는 얼굴이네? 나 알지? 저번에 OT때 같은 방 썼잖아. 언제 동아리에 가입했어?”
“가입한지 얼마 안돼. 래연이가 하도 같이 하자고 해서 다른 동창들과 함께 했어.”
“그래? 다른 동창이라는 건?? 고교동창?”
“응. 껌닦지처럼 붙어 다녀. 다 같이 같은 대학에 왔어.”
“그렇구나. 언제 같이 보자.”
보라와의 대화를 하면서 언덕으로 이뤄진 닭갈비 골목을 올랐다. 다른 남자들도 재잘대며 -목소리는 워낙 커서 왕왕 대는 느낌이였지만-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은 학교 근처 4거리에서 병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가 빌딩에 자리 잡았다. 때 마침 영업을 막 시작해서 7명이 첫 손님으로 오게 되었다. 각자 음료수를 들고 십시일반으로 노래방 비를 내고 큰 방을 얻어 마이크 2개 들고 입장을 했다.
♪♬ 다른 여자 생긴거라면~혼자 있고 싶어서라면~♪♬
첫 포문은 래연이가 끊었다. 어딜 가나 잘 나서긴 한단 말이다. 남자들은 동아리에서 알게 된 학우들로 철우, 동환, 도영, 세찬이였다. 사실 넷 다 낯설다. 내가 낯가림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얘네도 나를 낯설어 했지만 세찬을 제외한 셋은 허물없이 대해 주었다. 세찬도 나처럼 낯을 좀 가리는 구나…..라 생각했다.
“자, 다음 예약자 없어? 내가 노래 부르는 사이에 예약을 걸어 놔야 이어가지~ 이게 뭐야~”
“그럴 수도 있지. 다음은 내가 할 게. 샤우팅을 보여 주겠어!”
동환이가 다음 마이크를 잡았다. 정말 샤우팅을 할 자세였는 데 콜록콜록… 무리였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마이크 잡고 노래를 부르고 코러스도 넣어가며 재미있는 1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벌써 오고가는 데 2시간이 지나고 나는 얼른 다음 수업을 위해 가야 겠다고 했다. 일행의 일부도 수업 가야한다고 한다. 나머지 일행은 동아리가서 놀거라고 뿔뿔이 흩어졌다.
래연과 보라도 찢어져서 각자의 길로 향했다. 나도 얼른 길을 따라 강의실로 향했다.
내가 교양수업을 참 얕봤다. 사실 이 시기에 전공과목이 더 중요하게 생각이 들었다. 교양과목은 말 그대로 교양이라고 생각해서 설렁설렁 들었다. 빠질 건 다 빠졌지만 시험은 꼭 봤다. 출석률이 만땅이 아니라서 아무리 시험을 잘 봐도 C밖에 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서 1학년 때 어깨 뽕이 장난 아니게 들어 갔었다 생각이 들었다. 이때 주로 교양과목을 들어서 학점을 높이고 3,4학년 때 좀 고생해서라도 전공과목으로 채우면 되는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 이 땐 4년 전체를 통 틀은 수강시간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지금보다 참 많이 순수했고 정보를 얻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였다. 거의 친구들이라는 애들의 정보가 거의 부정확해서 피 본 적이 있기도 했다.
지금 듣는 교양수업은 교양국어였다. 대학에서 필요한 보고서나 논문 쓰는 법, 약간의 문학적 소양을 가르쳤다. 40대쯤 보이는 여자교수님이 였는 데 좀 지루하게 가르쳤다. 그래도 졸지 않으려 노력을 참 많이 했드랬다.
“이야~~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 하루 끝~”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와서 내 자신의 고생에 셀프칭찬을 해 주었다. 오후 5시에 끝나서 바로 집으로 향하는 대신 학생회관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난 요리를 못했다. 어머니가 딸이지만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들처럼 자랐다. 그래서 끼니를 다 사먹어야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 한 두끼는 학생 식당에 가서 끼니를 해결했다.
“어? 오늘은 돈가스가 특식이네? 이거 먹어야겠다.”
식권을 뽑고 와서 줄이 없기에 바로 돈가스를 받을 수 있었다. 나 홀로 첫 끼를 처음 해결하는 날이였다.
‘좀 외로운 데 혼밥 도전!’
포크와 칼을 양손에 쥐고 힘을 꽉 주며 내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얌냠 맛나게 먹고 자취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