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수업을 착실히 들었다. 여전히 교양수업은 적게 듣고 중국학과 -내가 중국학과를 보고 대학에 온거라- 전공과 타과 전공을 들었다. 나중에 안 전략이지만 1학년 땐 교양수업으로 채워서 성적을 좋게 만들어야 한단다. 난 오히려 허세를 부리며 어려운 전공수업을 들었다. 거기에 학군제(학부제)로 중국학과, 일본학과, 러시아학과가 묶여서 2학년때 전공이 나눠 진다고 했다. 근데 그 기준이 성적이라는 걸 까맣게 몰랐다. 결국에는 성적이 썩 좋지 않아서 잘 알지도 못하는 ‘러시아학과’에 가게 되었다. 러시아어학과, 중국어학과가 아니라 중국학과, 러시아학과, 일본학과다. 그 나라에 전반적인 모든 걸 배운다는 취지다. 어찌 되었건 나중에 이렇게 되었다.
전공과목이라 열심히 들었다. 교양필수와 교양과목, 전공을 공부하고 노느냐고 바빴다. 되게 내가 재미가 있던 건 시험기간에 오히려 놀러 다녔다는 거다. 그냥 학기 중에 모이지도 않다가 시험기간이 여유가 있다고 잘 어울렸던 친구들이 뭉쳤다. 그래도 밤새 놀지는 않고 참 건전하게 어울렸다. 난 술을 기본적으로 하지 못하기에 재미가 없었다.
슬금 슬금 1학년 2학기도 중간고사라는 시험기간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슬슬 학우들도 시험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갔다.
“우리 모여서 도서관에서 공부하자.”
동아리에 모여 있던 한 남학생이 이야기했다. 이 남학생은 녹색외계인이라고 스스로 별명을 지었다. 녹색을 좋아하고 자신의 사고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이 들어서란다.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체적으로 녹색계열로 입고 다녔다. 심성은 착해서 나에게 잘해 주었다. 나에게 치근덕 댄 남학생들도 옆에서 보호 해주기도 했다. 내가 여럿 여자들과 다닌 게 아니라 혼자서 다녀서 치근덕 대었다. 남학생의 보호막은 또다른 남학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날도 몇 여학생과 나, 5명의 남학생들이 의기투합했다. 아니, 난 빠지고 싶었다. 도서관 체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는 동아리 학우들과 밤샘을 했다면 이틀 뒤에는 학과 친구들과 밤샘을 해야 했다. 빼고 싶었는 데 내가 없으면 공부가 안된다나? 뭐 말같지 않은 말을 하면서 나를 끼었다. 여학생들 중에 유일하게 나만 끼우는 듯 했다.
실제는 공부했냐고? 노노…. 놀았다. 공부하려고 폼 잡고 있으면 속닥속닥 귓속말을 했다. 그래서 공부 안된다고 도서관 밖 잔디밖에서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아예 게임을 했다. 술까지 사왔다.
‘하… 이래도 되나? 공부하러 왔음 공부 해야지!’
그래서 말로도 뱉기도 했지만 역시나….무시 당했다. 왜 내 말은 무시당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1학년때 안경을 썼고 화장도 잘 할 줄 몰라서 파운데이션과 입술만 그렸다. 지금은 아이라인을 그리는 데 이때 그러지 않아서 어벙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화가 나면 눈빛이 워낙 날카로워졌지만 안경이 상쇄 시켜주었다. 그런데 난 화가 났지만 내 뱉지는 못하고 삭혔다. 그래서 내가 큰 병이 났을 지도. 쌓이고 싸여 나중에 병 났다.
시간이 지나 시험 기간 일주일이 시작 되었다. 난 전주까지 도서관에서 밤샘을 했다.
‘아, 이러면 안되는 데. 괜찮을까?’
학우들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시험 직전, 중국학과 시험 전날까지 같이 밤샘하자고 했다. 이때 학과 남자학우들이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졸음을 쫓아가며 공부했다.
결과는? 너무 졸려서 머리 속이 새 하해져서 아무것도 답안지에 쓸수가 없었다. 공부한 게 그동안 열심히 본 것들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중간시험을 망쳤다. 같이 공부한 남자학우들은 아주 잘 봤다며 기분 좋은 얼굴이였다.
“수현아, 너도 잘 봤지? 어제 다 같이 열심히 했잖아.”
“왜 똥 씹은 얼굴이야?”
“너희 잘 봤냐? 난 머리 속이 새 하해져서 망쳤다.”
“왜?”
난 이 때 알았다. 내 머리는 풀가동을 할 수 없다는 걸. 다른 몇 개 시험도 밤샘 때문에 망쳤다. 다행히 나중에 기말고사를 잘 봐서 메꿔졌지만. 그래도 성적표를 보니 C로다.
그 이후에 난 남학우들의 유혹을 철저히 뿌리쳤다. 너네 말 듣다 시험을 철저히 망했기 때문이다.
“나는 꼭 자야 한다고~ 3시간이라도 자야 한단 말이야. 너네나 도서관 가!”
그렇게 힘겹게 남학우들을 떨겨냈다. 왜 남학생들이 나를 데리고 다니려고 하는 거야?
지금도 그렇지만 나와 있음 복이 굴렁 채로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그래서? 나도 같이 상승해야지~ 시험을 나만 못 보냐………
다시는 도서관 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