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_ 도서관과 얽힌 에피소드

by 김솔현

2학년이 되고 나서 교수님들의 파행에 어지간히 당황을 했다.


“이렇게 되었는 데 자신들도 적응해야 하는 거 아니야?”


혼잣말을 했다.

이 때 불만이 슬슬 쌓여 가고 대거 동기 남학생들이 군대와 재수를 위해 휴학을 했다.

그러면서 남긴 말은 나도 휴학해서 자신들이 복학할 때 같이 복학해서 다니자는 얼토당토한 말이였다. 그게 말이냐..... 제 때 졸업을 해야지!

그래서 마음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나는 어디를 주로 많이 갔냐면 ...... 도서관이였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도 많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극도 받으며 도서관에 자주 갔다.

한 번 비치 된 책들 사이를 오가며 읽고 싶은 책들을 집어서 대출을 했다.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도서관에 쉽게 적응을 못하는 건지, 쉽사리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학생들로 인해 신경 쓰여서였나. 주로 책 대여를 했다.

무엇을 많이 읽었냐면, 그냥 판타지와 추리소설, 역사서와 전공과목에 엮인 책을 주로 빌렸다.

그리고 만화책 대여점도 자주 갔다. 그 덕에 만화책 대여점 여주인과 친해지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친화력이 어지간히 없어서 깊이는 사귈 수는 없었다. 그 만화대여점은 내가 4학년 4월 쯤에 폐업을 해서 그 속에서 ‘서유기’라는 짧은 시리즈를 저렴한 가격으로 샀다. 당연히 중고고 버리기에 아까운 책들은 길 한쪽 귀퉁이에 모아서 팔았다. 그래서 만화 매니아들은 오고 가며 시리즈물들을 사 갔다.

친구들과도 각자의 학과가 배정이 되어 수업이 달라 조금은 사이가 멀어졌다.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락실에 가서 스트리트 파이터와 총질, 펌프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주 하니까 꽤 잘하게 되었다.-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기도 했다. 이때도 동기들에게 인기는 여전해서 여기저기 불려졌다. 그 중에서도 미리 시험을 대비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건, 경험에 따르면 그냥 술 마시며 놀자는 거였다. 한 마디로 공부하러 온 순진했던 20대 나는 마시지도 못하는 잔디밭에 둘러쳐 한 밤의 술잔치에 참석하게 되었단 말이지.


“공부하러 왔으면 공부해야지~ 뭔 술이야?”


밤 11시에 공부하자고 이때 도서관에 자리가 난다고 꼬드겨서 찾아갔다. 이 시기에 어울린 동기들은 동아리, 공대생들이였다. 인문대생이 공대생과 어울리니 자연스레 그들의 전공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화면에 움직이는 아이콘들을 보여주며 나는 신기하게 쳐다 보았다. 그 덕에 난 도서관에 프로그램 언어 책들을 들쳐보게 되었다.


“공부도 안되는 데 아예 놀자. 동기들도 왔는 데 말이야.”

“야야, 나와. 술과 안주들-과자-을 사왔어. 나와.”

“야! 좀 조용히 해 주지 않으렴? 여기 도서관이야! 방해할 거면 나가줘.”


같은 공간에 있던 남학생의 외침이였다.


“여기 공터가 낫겠다. 모여라.... 동그랗게 앉자.”


그래서 술판은 벌어졌고 나는 정말 마뜩찮았다.


“나 갈거야.”

“야~ 너 어디가. 니가 있어야 분위기가 확 산단 말이야. 뭔가 안정된 느낌도 있고. 있어.”


나를 끌고 나온 동아리에서 알게된 공대생 지원이가 내 손목을 붙잡고 말한다.


“내가 있으면 뭐가 안정 되고 좋아? 참 나.”


다른 여학생들도 눈이 반짝이며 술과 안주를 가운데에 모아 놓고 서로 술을 따른다.


‘아니, 얘네는 꼭 여자가 차려야 하나? 다른 놈들은 뭐할까?’


빙 둘러보니 남학생들은 서로 수다 떨며 상이 차려지길 기다렸다. 아, 이게 한국인 습성이지!

그 후, 술판은 벌어져서 수다 떨고 술 먹이기 게임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이 흘렀다.

당연히 주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항의도 받고 경비 보시는 아저씨에게 쫓겨나기도 했다. 나는 술을 못하기에 그냥 소주와 닮은 사이다를 마셨다. 참 배려가 좋았다.

사회 나오니 이런 배려가 아쉬웠다. 무조건 마셔야 돼. 그래서 뻗어서 집에 갈 뻔 한 적이 두 번 있었나? 나의 아버지는 엄격하셔서 술을 마셔도 몸가짐은 똑바로 해야 한다고 이 때 가르치셨다. 그래서 술 취하면 억지로라도 속을 비워서 똑바른 몸가짐으로 집으로 향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술자리는 연달이 2번이나 있었다. 장소는 도서관 앞에 있던 공터가 아니라 술집으로 이동을 했지만 말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인문대 열람실에 나홀로 갔다. 역시 공부가 되지 않았다. 한 1시간 공부를 했을까. 머리를 들어보니 열람실에 빼곡이 학생들이 앉아 있을 줄 알았다. 오히려 가방만 덩그라니 있었다.


‘가방 다 두고 어디 갔나. 점심시간인 건가.’


점심시간도 지났는 데 가방의 주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열람실 책상만 맡아 두고 놀러가거나 강의를 들으러 간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런 민폐가 어디 있나. 근데 이게 한 두 번 아니라 고질적이 였나보다. 공지사항에 가방만 열람실 책상에 덩그라니 두고 가지 말라는 거 였다. 그래도 그 습관들은 고쳐지지 않았다.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왠만한 철판을 얼굴에 쓰지 아니고서야 못했다. 난 철판이 아닌가보다. 가방 훔쳐 갈까봐 걱정이 앞서서 못했다.

가방만 덩그라니 있으니 좀도둑도 생겨나서 한바탕 난리 친 적도 있었다.

이래서 20대의 대학생활 동안 난 정신없는 도서관을 책 대여 외엔 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서는 또 남들보다 자주 찾아오는 나의 얼굴을 외웠는지 먼저 인사하기도 했다. 한 번은 왜 대여만 하느냐고도 했다. 난 씩 웃으며 답해 주었다. 말은 무뚝뚝함이 흘러 나왔다. 정말 .... 난 친화력 제로.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이렇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도서관은 책 대여만 하고 가끔 열람실도 활용을 해 줬다. 근데 신경 쓰여서 왜 사람들 왔다갔다 하는 게 이리도 신경 거슬리는지!

나에게 도서관은 책들이 많아서 자주 찾게 되는 나의 현실도피가 가능한 공간이다. 그만큼 내가 책을 좋아하고 읽는다는 말도 된다. 도서관 여전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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