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4월을 지나 5월로 가고 있었다. 나는 2학년으로 학과 과방보다는 동아리 방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러시아학과로 배정을 받으면서 마음을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과 과방에 가서 죽치고 있으면 얼굴이라도 익힐까 했지만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마음을 두지 못했다.
그래서 동아리방에 자주 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2학년 1학기는 방황을 한 시기였다.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다 휴학을 해 버려서 친하지 않은 동기가 달랑 4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중 남자 1명은 병역유예를 시키고 반수도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대학원까지 가서 병역기피를 하려는 데 못 했지. 2학년 성적을 못 받았는 데 어떻게 대학원을 가나? 그래서 이 동기 나를 포함해 제대로 졸업한 사람은 나 하나 뿐이였다. 다 졸업 직전에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 난 전략도 잘 짠 덕에 달랑 전공을 러시아학만 했으면 자퇴해야 했는데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을 했다. 러시아학전공 반, 사회복지학 전공 반만 들으면 되었고 공부하느냐고 바빴지만 재미는 있었다.
성적만 봐도 내가 2학년 때 방황한 흔적이 남았다. F학점도 뜨고 D학점도 뜨고 난리였다. 다행히 3,4학년 때 재수강으로 좋은 학점을 받고 없앴다.
이 때가 사람들에게 치이는 시기였다. 소문으로 나를 골려 먹고, 마음 맞는 동기들은 중국학과로 다 가서 수업이 맞지 않았다. 러시아학 전공수업은 처음보는 러시아어 때문에 너무 어려웠다. 나머지 3명은 고교때 러시아어를 교양과목으로 들었다며 익숙했는 데 결국...... 졸업을 못하고 러시아어 처음 보고 고생한 나만 학사학위가 2003년에 나왔다. 회화원어민교수님에게 욕을 엄청 먹었는 데...... 졸업했다니 놀라워한다.
나는 학창시절, 중학->고교 고입고사 시절에, 고교->대학 수능으로, 대학->졸업은 차석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놀래켰다. 절대 난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다고 손가락질 할 때 나는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며 그 손가락들을 부러트린 격이다. 기절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러시아학도 자퇴할 거라 다들 예상했지만 사회복지학 복수전공 한 덕에 좋은 평점으로 졸업장을 받았으니 이 또한 내 자신에게 칭찬할 일이다. 고교 꽈당한 내신을 보기좋게 날렸다.
사회는 ‘최종학력’만 기억하니까.
그래서 갈팡질팡하다가 엄마에게 이런 소리를 했다.
“엄마, 나 휴학할까?”
“휴학해서 뭐하게?”
“얘야, 너 이번에 휴학하면 못 돌아가. 우리 돈 없어.”
아, 아버지가 ‘돈 없다’는 말에 흔들린 내 마음은 잡게 된 말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집은 가난하지 않았지만 빚지기 싫어하는 아버지 덕에 알뜰살뜰하게 살아야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을 다잡았다. 졸업장을 따고 따는 김에 좋은 평점을 받자고 말이다.
그런 내 자신을 다독이는 와중에, 동아리에서 풍문이 돌았다.
“얼레리, 꼴레리~ 지원이랑 수현이랑 사귄대요!”
“뭐? 내가 누구랑 사귄다니? 사귀는 건 또 뭐야?”
내가 참 이 시기에 ‘남녀가 사귄다’는 뜻을 정확히 몰랐다. 놀리는 거 보니 러브인 듯 했다.
근데 내가 가끔 얼굴 마주치는 지원이라는 남학생이랑 사귄다고? 제대로 만나고 말 한 적이 없는 데?
그러고 시간이 흘러 래연이가 나에게 착 달라 붙었다.
‘왜,갑자기 래연이가 나에게 착 붙어서 이래저래 지원이 이야길 하지?’
눈치로 보니 소문으로 나와 지원이가 사귄다 소문이 나있었다. 근데 래연이가 지원이를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에게 지원이 어떠냐고 묻고 이 남자애밖에 말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알았다.
그래서 둘을 불러서 붙여서 이야기 좀 하라고 했다. 나 귀찮게 하지 말고. 결과는 희한하게 되었다. 즉, 여전히 래연이는 지 특성 대로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버렸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니, 난 .... 얘 모르는 데!
그래서 사귀는 거 같지 않게 사귀는 사이가 지원이랑 되었다. 근데 더 웃긴 건 .... 내가 나이트 클럽에 간 적이 없는 데 내가 매일 밤 나이트클럽에 가서 매일 밤 홀로 밤 샌다는 거다. 그걸 알린 사람은 매일 나이트 클럽에 간다는 소리네? 지도?? 거기서 나를 봤단다. 불러 세우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냥 ‘헤어져’소리 한마디로 끝냈다. 근데 이놈이 대중적으로 나를 모욕을 했다. 충격이 이만 저만 아니라서 태어나서 이런 모욕적인, 사람들 앞에서 완벽주의자인 나에게 허물이 없다고 보는 데 그게 허물이라며 말을 지어내어 소문 내는 데 마음에 상처를 대학와서 첫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맞대응했다 큰 긍정이 되어서 무반응으로 대응했다. 그래서 소문은 잘 가라앉혔다. 그 와함께 동아리에서 퇴출이 되었다. 충격이 컸다. 이놈이 이렇게 권력이 셌던가? 싶었다. 몇 몇의 남자 선후배가 찾아와서 다시 동아리에 나와달라했지만 분위기가 개판이라고 하는 데 알 필요가 없어서 또 무반응으로 응했다. 내가 있고 없고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말이다. 이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며 돌려보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팍팍 줄어든 시기였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의 밤을 눈물로 지새워서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고 F학점도 받게 되었다. 나중에 다 재수강으로 없애서 2학년 1학기 평점이 D였는 데 C로 올렸다. 나도 참.... 한다면 하는 능력이 있음을 점점 나이 먹어가며 알게 되었다. 대단한 내공이 있음을 조금씩 내 자신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다.
사람도 얼굴보고 서로 알아가며 사랑을 싹 트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홀로 짝사랑하면서 지만 아는 짝사랑하는 사람과 소문으로 사귀게 할 수도 있음을 알았다. 맨날 난 당해.
난 지원이를 잘 몰랐다. 그냥 얼굴만 알았을 뿐인데 말이다. 소문이 이래서 무섭다는 거, 그리고 소문을 지우는 데는 무대응도 괜찮다는 생각도 했다. 동아리 퇴출이 되고 나서 투명인간처럼 조용히 공부만 하고 지냈다. 정말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서 만화 좋아해서 만화책을, 장르소설들을 유난히 많이 읽었다.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거지.
이렇게 나의 2학년 1학기는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