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모임에서 쓰는가

굳이 굳이 굳이 ?

by 소유

먼 발치에서 바라봤을 때 하나의 인생에서 1년은 긴 시간일까 짧은 시간 일까.

일단 내 기준에는 길고도 긴 시간, 100년 같은 1년을 흐린 눈으로 보냈다.


많은 관념이 깨지고 고수하던 생각도 바꼈다.

너무 책을 많이 읽어서 문제였는데, 책을 읽지 않았다. 쳐다보지도 않았다.


분노에 찬 글은 많이 썼다.

쓰고 쓰고 지웠다. 쓰고 쓰고 또 지웠다.

완벽하게 써서 복수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썼지만 역시나 악한 마음에는 지속되는 양분이 없다.

금새 화와 분노가 사그라들어 현생살이에 스며들었다.


활자와 많이 멀어졌는데 서류는 많이 본다.

대신 숫자와 표와 서류와 이유와 명분, 진단과 근거.

많고 많은 문단 사이,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유도 끊어지고 떠오르는 상념도 없다.

먹고 사는게 바빠지니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높게 칭하던 김소유도 없다.


허나 1년이 진짜 길기는 길었나보다.

딱 1년이 지나니 개가 똥을 못끊듯 끊지 못한 글에 대한 금단 증상이 올라왔다.


그리도 바래왔던 읽고 쓰는 삶.

'쓰자'는 마음을 먹고

혼자 산에서 기술을 닦는 도인처럼 야금야금 쓰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나는 또 모임을 찾았다.


두어달만 찍먹하는 수준으로 참여해 글쓰기 루틴만 찾고

혼자 다시 글쓰기를 준비해야지 라는 마음이였는데

시와 때가 적당한 모임이 도저히 찾아지지 않으니 서서히 간절해졌다.


포기의 직전에 애타게 찾은 모임이라

어디에도 공개 안할 습작이라 여겼던 에세이들에도 정이 가서

열일 제쳐두고 열렬히 쓰게 된다.

어느새 기다려지는 글이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가상의 스토리가 싫고 있는 것만 쓰고 싶어

이제는 에세이밖에 못쓰겠는 마음이다.


힘들었던 시절, 나를 복수심에 들끓게 했던

수박겉핥기 같이 얕은 글쓰기 모임의 단절을 겪고도

또 다시 글쓰기 모임을 찾는 미련한 마음은

역시 똥을 찾는 개의 마음이였을까.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