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티
업무, 육아, 아버지의 병환으로 쉽게 저녁 약속을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와인 파티를 했다. 이번 주 월요일,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건 너무 좋았는데 지나친 과음으로 정신을 잃었다. 에고. 그 여파가 화요일까지 이어지고 수요일에 나아지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그래도 어쩐 일인지 이번 주 내내 기분이 좋았다. 월요일엔 오래간만에 가진 저녁 모임으로, 화요일엔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그냥, 수요일에도 또 그냥 ㅋㅋㅋ
월요일 약속이 늦게까지 이어질 것 같아 상대적으로 대리 기사님이 잘 오실만한 부모님 댁에서 자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이도 미리 거기서 재워달라고 부탁하고 주차도 최대한 부모님 집에 가기 수월한 곳에 해둔 것. 화요일 새벽즈음 눈을 뜨자마자 토끼 인형을 찾는 아이와 집에 가려 했으나 엄마의 한 마디로 마음을 접고 아이를 달랬다.
“너 아직도 술냄새나는데? 음주측정하면 걸리겠다 야”
이 말이 왜 그리도 웃기던지. 꺄르르르 웃어댔다. 숙취로 정신이 제대로 차려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현아, 울지 마라. 너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팔을 잘라야겠다. 다리도 잘라야 하고....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어쩌겠니.....“
우는 아이를 달래는 아빠의 방식이나 말도 이제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지금 많이 아픈 사람이니까. 불쌍한 우리 아빠. 아빠, 사랑해. 다 괜찮아질 거야.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더 연습해야지.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괜찮다고 많이 많이 얘기해 줘야지.
슬퍼지지 않으려고 애써 좋았던 것을 다시 상기시켜 본다. 1차는 피자집, 2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친구집에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며 보낸 시간들을. 회사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친구집이 너무 예뻐서 남편에게 보내려고 몽환적인 사진도 한 장 남겨봤다. 정말 예쁜 야경이었는데 나 똥손인가? 취했나? 사진 왜 이럼...
그래도 행복한 월화수였다! 오늘도 즐거울 예정!!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인 거니까. 어쩌면 행복과 불행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지금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행복이나 불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전진하려는 강한 힘도 느껴진다”는 구절을 읽었는데 어쩌면 지금 내게 이런 “강한 힘과 마음의 근육”이 생겨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늘 지금에 최선을 다 하고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결심에도 강한 힘이 필요한 것 같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