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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면서도 행복한

by 프로성장러 김양


병마와 싸우고 계신 아빠가 회복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꿈을 꿨다. 아빠는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고 가족 모두 행복한 모습이었다. 내가 늘 바라던 평화롭고 안정적인 가정의 모습이 꿈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살던 집, 우리가 쓰던 식탁 모두 그대로였다.



간절한 바람이 꿈에서 실현됐나 봐

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내면에서는 아빠의 회복을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꿈이구나를 알면서도 행복했다. 잠에서 깼는데도 꿈속에 더 머무르고 싶어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을 정도로. 내 바람이 이루어진 행복한 꿈이었지만 동시에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빠의 흑색종암 재발과 전이 소식을 접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다. 치매 증상까지 더해지며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아빠는 작년 말부터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2월 말에는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빠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에도 나는 신기하리만큼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극도의 슬픔과 현실 부정이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겐 아빠와의 이별 준비 시간이 주어진 거니까.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니까 갑작스러운 이별보다 이렇게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아빠의 병이 회복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빨리 포기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수시로 올라와 나 자신을 괴롭힌 적도 많았다.



어떤 감정을 느껴도 다 괜찮은 거라고

<놓아버림>을 읽으며 내가 느끼는 어떤 감정도 다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어떤 감정에도 저항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


“삶에서 겪는 외부 사건들은 나를 화나게 만들 수 없다. 이런저런 일들이 나를 화내게 만드는 것은 내가 스스로 슬픔을 억압해서 원래 화가 나 있기 때문이다. 억제되고 억압된 감정이 발산 수단을 찾다가 외부 사건을 방아쇠 겸 핑곗거리로 삼으면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을 열심히 실천하며 살고 싶다.


왜 우리 아빠한테 이런 암이 다시 찾아온 거지? 생각하며 분노하는 마음, 우리 아빠 아직 젊은데....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 너무 빨리 아빠의 병을 인정해 버려 죄송한 마음, 그동안 내 삶에 함께해 주신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 아빠가 기적처럼 회복해서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까지.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감정들 중 어느 것도 밀어내지 않고 억압하지도 않고 그저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들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 어떤 감정도 내 고정관념이나 잣대로 평가도 하지 않으려 한다. <놓아버림>에서 알려주는 “용기 단계”를 넘어 “받아들임 단계“로 나아가고 싶으니까.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완벽한 단계, 조건 없는 사랑과 동요 없는 평화의 상태에서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느껴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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