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이도 잘 살고 있어

이게 행복일까?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직도 아빠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는데 잘 먹고, 잘 자고, 웃고 떠들 때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 모든 인생사가 다 이런 걸까?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살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흐르고,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잘 먹고, 잘 자니까, 가끔씩 웃기도 하니까, 이렇게 살아지니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제는 아빠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온 언니 가족이 아빠를 보내드린 이후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왔다. 한국 나이로 10살이 된 쌍둥이 조카들과 7살이 된 내 딸이 서로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해서 아빠가 이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


하고 부르면 여전히 어딘가에서 "응?" 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데.


"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신 거야.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실 테니까 괜찮아"


화장터와 장지까지 함께한 쌍둥이 조카들이 화장터에서 오열하는 할머니를 보며 한참 동안 따라 울더니, 진정이 되자마자 배가 고프다며 설렁탕을 뚝딱 해치웠다. 아이들처럼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다 쏟아내고, 아무렇지 않게 지금,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행복 키워드 연재북은 온통 아빠의 이야기로 가득 찰 수도 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낯설고 이상한 감정에도 서서히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니까. 어떤 날에는 아빠 없이도 잘 살고 있는 이야기를 쓰고, 또 다른 날에는 아빠가 없어서 짜증 나고 슬픈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도 있다.


아빠의 부재를 조금 천천히 받아들이고 싶다.

아빠와 함께 보낸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빠가 미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