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부재

사무치는 그리움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어김없이 똑같은 것들도 있다.


하루 24시간은 아빠의 부재와 상관없이 잘도 흘러간다. 나 역시 늘 하던 대로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들고 새벽 5시쯤 일어나고 있다. 그 누구라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고, 시간에 저항할 수도 없다. 생각해 보면 시간만큼 위대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변함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아빠를 부르고, 그리워한다. 살아계실 땐 연락도 잘 안 드렸던 못난 딸이라 이런 감정이 낯설고 놀랍다. 어찌 보면 그래서 더 후회가 되고 아쉬운 걸지도 모르겠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내 삶에서 ‘아빠의 부재’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빠는 장수 집안의 막내였고, 큰 아버지 두 분도 정정하게 살아계시기 때문. 아빠는 평생 술과 담배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 최소 90세, 최대 100세 이상을 건재하게 버텨주실 거라 믿었다.


아빠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은 조금씩 사라져 가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아이랑 잠깐 들른 부모님 댁에서 아빠의 전화기가 울리니까 7살짜리 딸아이가 “누가 죽은 사람한테 전화를 하지?” 라고 묻는다. 아이 앞에서는 한 번도 “죽었다”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는데 아이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쓰지 않는 단어와 언어로 세상을 배워가고 있다. 내가 그랬듯이. 아빠에게 배웠던 세상의 작은 부분이라도 알고 싶어 기억을 끄집어내 본다.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는 사실에 또다시 슬픔이 밀려온다.


어쩌면 아빠의 죽음은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슬프고 가끔씩은 짜증이 나기도 난다. 아빠가 너무 그리워서, 다정한 한마디조차 건넨 기억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아빠의 웃는 모습이 떠오르고,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아빠가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아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해서 더 그립고 안타깝다. 아빠가 한 줌의 재로 변했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똑같은 세상에서 나는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오늘은 비가 내리네. 비가 와도 슬프고, 날씨가 좋아도 슬프고.


우리 아빠 좋은 곳에 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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