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고뇌
어느 날 갑자기 집안 곳곳에 이런 게 붙기 시작했다.
놀이터, 방, 옷장,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등등.
“그럼 여자 화장실은 아빠가 못 가는 거야?"
“아니, 잠깐씩은 가도 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점점 늘어나며 이에 더해 상상력도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아가처럼 쓰던 글씨도 이제 제법 어린이다워졌다.
아가 글씨 너무 귀여웠는데.
하루하루 크는 게 너무 아쉽다는 말이 실감 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삶이 허무한 순간이 많았는데 아이를 보며 웃고 기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인생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한 부분인 거겠지?
“나이 먹기 싫어, 나이 들면 죽잖아, 난 죽기 싫어, 엄마가 죽는 것도 싫어, 난 계속 8살만 할래.....”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여러 차례 이 말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절대 현이를 놔두고 죽지 않을 거라고 우격다짐하며 아이를 안심시키지만 내가 어찌 인생의 생로병사를 거스를 수 있을까?
“죽었는데 배가 고프면 어떡해? 아무것도 못 먹잖아“
어제는 이 말도 추가가 됐다. 죽어서 배가 고플 걸 걱정하다니. 아이의 상상력과 생각이 나의 예상을 벗어날 때마다 신기하고 당황스럽다. 이럴 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하지?
“현아, 죽으면 밤만 있는 거야. 현이도 밤에 잘 땐 배가 안 고프잖아? 그런 거야“
“그치만 아침엔 배가 고프잖아”
“죽으면 계속 잠만 자는 거야..... 아침은 오지 않아.....“
휴,
내가 말하면서도 슬프네.
다시는 아침이 오지 않는 죽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