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은 걸까?
아빠 장례식을 치르고 먼저 캐나다로 떠난 언니.
먼 나라 타지에서 당분간은 혼자 지내고 있을 언니가 걱정됐다.
“언니, 괜찮아?“
“아니.... 외로워...... 되는 일도 없고......”
괜찮다는 소식을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언니의 톡을 읽고 있으니 속상하고 마음이 좋질 않다.
“결국 인생이 그런 것 같아. 잘됐다, 안 됐다가 반복되는
거.... 곧 좋은 날도 올거야......“
적절한 위로였을까? 잘 모르겠다.
“넌 잘 지내지? 별일 없어?“
우린..... 아빠가 돌아가셨잖아.
그것보다 더한 별 일이 또 있을까.
그 이후로는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는 인생이 허무해졌다.
이렇게 열심히 살면 뭐 해, 싶다가도 그래도 사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죽음이 다가올때 내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래도 소풍온 것 처럼 한평생 잘 살다가네, 생각하고 싶으니까.
슬픔에만 빠져 지내는 것도 싫어서 웃을 일이 있으면 웃는다. 그러다 눈물이 흐르면 또 운다.
불행과 행복이 동시에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슬픔이, 또 다른 날엔 기쁨이 더 크게 오기도 한다.
“난.... 그냥 현이 덕분에 늘 정신이 없어. 그러면서도 이상하리만큼 평온하기도 하고.....“
“그래, 다행이다. 바쁜 게 좋은 거지“
“응... 맞아. 아빠가 많이 생각나긴 하는데 이것도 차차 나아지겠지. 아빠 생각에 눈물이 나면 울고, 아니면 또 씩씩하게 일상을 살고.... 그냥 그래......“
“엄마는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응, 언니가 매일 전화한다고 좋아하셔.....”
“시간이 참 빨라. 다음 주가 벌써 아빠 49재라니....”
“그러게. 시간이 제일 솔직한 것 같아....“
시간은 빠르게 흐르니까 내년도 금방 오겠지.
언니가 이민을 간 이후 캐나다에 한 번도 가지 못했는데 내년엔 엄마를 모시고 언니네 놀러 갈 계획을 세웠다.
그 내년도 금방 오겠지....
그래, 고민이나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시기를 바쁘게 살자.
정신없이 흘러가도록 두자.
순간순간 내게 다가오는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도 맘껏 즐기자.
지금 이 시기에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언니와 나를 바쁘게 해주는 아이가 있어 다행이라 여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