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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성장러 김양 Jun 02. 2024

반가운 내 나라, 한국

이렇게 끝나버려도 괜찮아



“우리 비행기는 이제 곧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어요.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상공에서 '드디어 내 나라 한국에 돌아왔다'는 감격스러운 마음이 주체할 수 없는 기분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족, 남자친구, 소중한 친구들의 모습이 한순간에 스쳐지나갔어요.


떡볶이,

순대,

감자탕,

초계국수,

냉면,

삼계탕,

낙지볶음 등등,


동시에 그동안 먹고 싶어 적어둔 음식 목록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소중한 무엇인가는 부재하는 순간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 한국의 더운 여름 날씨, 탁한 공기조차 너무 그리웠는걸요.


한국에 돌아오긴 했지만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저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나름의 일상을 열심히 살고 있었어요. 시간이 남아도는 건 백수가 된 저 혼자 뿐이더군요. 혼자서라도 두 달간 열심히 한국에서의 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크게 가보고 싶다 생각하지 않았던 광화문에도 가보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먹고 잘 돌아다녔죠.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웠던 너, 서울의 심장, 광화문.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응원하는 팀도 없으면서 괜히 야구장에도 가보고, 남자친구 덕분에 "Jack the Rapper" 뮤지컬도 관람할 수 있었어요. 별로 흥미롭지 않게 여겼던 관광 장소를 괜히 방문해 보고, 몇 군데의 병원을 다니며 미뤄뒀던 진료도 받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맘껏 먹으며 즐겁게 지내던 백수생활이 어느덧 한 달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또 어디에 가보고 싶냐는 남자친구의 말에 고민도 없이 경주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안압지의 야경을 보고, 감탄하고, 남자친구의 고향인 포항에 들러 호미곶도 처음으로 가봤어요. 누군가에게는 고향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수학 여행지였을 수도 있는 경주와 포항을 여행하고 돌아오니 한국에 살면서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아쉬웠습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두 달 동안 마음속의 공허함이 많이 채워졌고, 다시 열심히 살아갈 힘이 생긴 것도 같았어요. 하지만 8월, 멀게만 느껴졌던 출국일이 점점 다가오자 압박감이 느껴지고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미국에 돌아가서 끝내야 할 일이 있어'

'그게 뭐 대순가? 지금 포기해도 괜찮아'


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다시 하늘을 날아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떠날 때에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면, 미국에서 취직을 하거나 박사과정에 지원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들더군요.


"1년 뒤에 다시 만나, 내 나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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