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네
아빠,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49일이 지났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가슴 아픈 기억이라 그런지 아빠의 장례식을 떠올리면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지는데 아빠의 부재는 여전히 실감이 안 나서 더 그런가 봐요.
나는 아빠가 떠난 이후 참 많이 울고 웃고 했어요. 아빠 생각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 소리 내서 꺼이꺼이 울기도 하고, 일상에서 찾아오는 기쁨이 있으면 행복을 미루지 않고 맘껏 즐겼어. 얼마를 살든 짧게 느껴질 인생인데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하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에 인생 자체가 너무 허무해졌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긴 살아야 하니까, 모두가 언젠가는 죽을걸 알면서도 사니까,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더 간절해진 것 같아. 기왕 살아야 한다면 내게 가장 소중한 가족을 더 잘 챙기고, 나 자신도 잘 돌보자! 하는 생각이 더 강해졌달까?
그래서 난 이제 슬프면 울고, 기쁘면 맘껏 웃어요. 타인의 따가운 시선이나 판단이 있어도 딱 90초만 기분 나빠하고 평정심을 찾을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기도 했어.
이게 아빠가 내게 주고 떠난 삶의 교훈이자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우리 아빠, 어디쯤 갔을까? 궁금하네.... 좋은 세상 향해 잘 가고 있는 거죠?
49재는 고인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불교 전통이라는데 그 의미도 오늘에서야 제대로 알았지 뭐야....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의 49재라고 하니까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서 한번 찾아봤거든. 나는 환생을 믿어본 적이 없는데 이젠 믿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아빠가 이번 생에 누리지 못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말이야.
오늘 49재에서는 아빠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좋은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랄게요. 부디 그곳에서는 아빠가 하고 싶었던 공부도 많이 하고, 유학도 다녀와서 견문도 넓히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잘 지낼 수 있기를.....
아빠, 내 아빠로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웠어.
아빠, 사랑해요.
이제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