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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성장러 김양 Jun 22. 2024

프롤로그

졸업 후 다가온 백수라는 잔혹한 현실



때는 2006년 1월,

저는 대학에서 4학년 2학기를 마치고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1-2학년 때 빵꾸난 학점을 메꾸고자 엄청나게 재수강을 한 결과 마지막 학기를 마쳤는데 계절학기까지 들어야 하더군요.


계절학기보다 혹독한 현실은 이제 곧 다가올 “백수”라는 타이틀이었어요.


4학년 내내 취업에 집중하면서 공고가 나는 모든 회사에 지원했는데도 단 한 번의 면접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거든요. 대학교 졸업장만으로도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렸다 생각했는데 주변이 온통 꽉 잠긴 철문과 벽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외로웠어요.

온 세상이 저를 거부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내가 이 정도로 부족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요.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절학기 수강과 동시에 공무원 대비 학원에 등록했어요.


9-12시까지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이후에는 노량진에서 강도 높은 7, 9급 동시 대비 공무원 강의를 수강했죠. 제 전공은 건축공학이었고, 건축기사 자격증도 있어 가점도 받을 수 있었거든요. 건축직은 합격률이 일반직에 비해 높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일반직에 비해 모집정원이 적지만 그만큼 지원자도 많지 않아 경쟁률 자체가 낮다고요. 시험 점수만 잘 받으면 제 노력만으로도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민간 기업에서 서류조차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5개월간 시험공부에만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현타가 왔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려면 앞으로 1-2년간 더 공부해야 할 텐데 과연 계속해서 부모님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문제를 마주하게 된 거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한 절대적 시간 확보도 부족한 마당에 시도 때도 없이 내적 갈등이 찾아왔어요.


마음을 다잡고 정신 승리를 이뤄내고 싶었지만 자꾸 취업사이트를 기웃거리게 되더군요.

점점 기약 없는 공무원 합격에 전력을 다하기보다 빠르게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혹시 모르니 일반 회사에 한 번만 더 지원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공회사는 건축직으로 여자를 안 뽑는 게 관례라지만 부동산 개발회사는 다를 수도 있잖아?”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국내 최초 디벨로퍼 회사, 신영,

당시 ‘부동산 회사’ 하면 선망의 직장이었던 그 신영에서 분양관리팀 신입 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눈에 확 들어왔거든요!


저는 고민 끝에 입사지원서류를 작성하고 결국 제출 버튼까지 눌렀습니다.


생애 첫 서류 통과의 경험과 함께 1차 실무진 면접 패스!

2차 임원진 면접까지!!

아직도 신영에서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던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네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2006년 6월 12일 월요일, 첫 출근 날이 말이죠.


이 날짜는 제 인생에서 그 어떤 날보다 의미 있는 날이 되었습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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