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새벽 시간을 선택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너무나도 빠르게 훅훅 지나갔다.
15개월 만에 복직을 하고, 워킹맘이 됐는데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가 태어났을 뿐인데 내 인생이 통째로 변했고, 빠른 속도로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매 순간 시간이 부족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가 없을 땐 남는 게 시간이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서는 도무지 여유 시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심신이 피로하고, 괴로웠다.
육아와 회사 업무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박사 과정까지 시작해 더 바빠진 탓도 있었다.
생후 90일부터 통잠과 분리수면에 성공했던 아이가 두 돌 부근에 갑자기 돌변해서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매일 새벽 1시쯤 잠에서 깨 엉엉 울며 나를 찾아대는 통에 강제 기상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결국 만성피로에 수면 부족까지 더해졌다. 아이와 같이 자기 시작하면서 수면의 질까지 급속도로 떨어졌다.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육아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고, 수면의 질과 양이 급감하면서 심신이 지치고 피로했다.
아이는 세 돌이 지나면서 다시 잘 자기 시작했고, 나도 육아에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동안은 그랬다. 휴.... 천만다행이었다.
육아가 안정됐다 싶으니까 내 커리어에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된 것.
나름 스스로를 프로 이직러라 생각해 좋은 변화라 여겼지만 마흔이 넘어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해 적응하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낯선 업무와 사람에 적응하는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 밤낮 없는, 때로는 주말이나 휴일까지도 이어지는 업무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내가 선택한 도전이었으나 워킹맘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업무 강도였다.
무엇보다 내향형 인간인 내게 나만의 시간이 1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매 순간 올라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버티고 또 버텼다.
아이가 태어난 지 4년, 새로운 직장에서 1년,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서 더 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육아도 뒷전으로 밀려났고, 남편과의 사이도 나빠졌다. 나 자신부터 잘 돌봐야 여유가 생겨 가족도 잘 챙기고, 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여력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번아웃이 왔다.
간절하게 휴식이 필요했다.
무작정 짐을 싸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태어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떠난 솔로 여행이었다.
1박 2일 동안 핸드폰을 끄고 책만 보면서 배가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잠을 청했다. 힐링 테마의 숙소라 요가 수업에도 참여하고 테라피 마사지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여행이 즐겁고 좋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니 언제 재충전이 됐었냐는 듯 또다시 심신의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유명한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님과 김경일 교수님이 강조하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행복의 빈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든 주기적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극 I형 인간이니까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근데 대체 언제?
아이가 잠든 이후의 저녁?
저녁엔 너무 피곤하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늦게 잠들면 아침에 피곤해서 짜증이 난다. 결국 늦잠이 피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게 뻔했다.
그것도 아니면 점심시간?
이것도 좋긴 한데 점심도 결국 회사에 묶여 있는 시간이란 생각에 자유롭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출퇴근 시간?
나는 회사와 집이 멀어 이 시간을 잘 활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원 지하철과 버스에서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건 말 그대로 꿈같은 소리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출근 전 아침 시간!!
선택의 여지없이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내가 새벽에 온전한 정신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당시 나는 절박했고 뭐라도 시도해봐야 했다.
처음엔 5시 기상을 목표로 정하고 알람의 도움을 받았다. 당연히 못 일어나는 날이 많았고 일어나도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일찍 일어난 날이면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명상, 자기 확언, 독서, 운동까지 빠르게 해치웠다. 그랬더니 충전이 되기는커녕 하루 종일 더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 기상과 일찍 일어나서 내가 하는 일이 과연 내 삶과 심신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건가? 와 같은 의문이 시도 때도 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동기부여가 될 리 만무했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평균 66일이 걸린다는데 내게 새벽 기상은 좀처럼 나의 것으로 체화되지 않는 그 무엇이었다.
당시 목표가 단순히 새벽 기상이었던 게 문제였다.
나는 아침 기상 목표를 전면 재수정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심신을 재충전하는 것“으로 말이다.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니까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안개가 걷히면서 실행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뭐부터 해야 하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에너지가 충전되지? 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반복해서 물었고, 그 답도 찾고자 노력했다.
아침에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이 시간을 온전하게 나만의 재충전 시간으로 잘 활용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2024년 1월에 <100일 아침 습관의 기적>을 읽고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어야지, 결심했는데 2025년 2월이 되어서야 아침 루틴을 통해 반복되는 미라클 모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평균적인 시간 66일,
켈리 최 님이 책에서 알려준 100일과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지나며 내가 이루고 싶은 정확한 목표를 설정했고, 나만의 맞춤형 아침 루틴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속도에 맞는 나만의 아침 루틴으로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