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기뻤지만 한국의 취업시장은 잔인하리만큼 냉혹했습니다.
사람인을 보고 지원하기도 했지만 지인 소개로 주어진 면접 기회도 있었는데 죄다 떨어졌거든요.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과 불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느낌을 받았어요.
5월에 돌아오자마자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경력직 연구원을 뽑길래 지원했는데 1차 면접에서 바로 떨어졌고요.
딜로이트, 롯데자산개발에도 지인 소개를 받아 지원했지만 최종합격은 하지 못했어요.
이전 회사 경력과 미국 대학원 졸업장으로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면접도 두 군데나 더 봤지만 죄다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거는 지원한 대부분의 회사에서 면접의 기회는 줬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면 취업이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연속적인 낙방이라니, 현실이 더 차갑고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나이 때문일까?’
‘이 나이에 미혼이라 더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면접에서 저의 향후 결혼 시기까지 확인을 하더군요. 서른이 넘어 직장을 구하고자 면접을 본 적은 없으니 이런 상황이 낯설고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저 역시 나이 많은(?) 결혼 적령기 여자라고 대놓고 싫어하는 기업에서는 나도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직장이 간절해질수록 제가 하고 싶은 일 역시 명확해졌습니다. 주택정책과 부동산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으니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거든요.
아는 교수님, 건너 건너 소개를 받은 박사님, 이전 직장의 상사 등, 모든 인맥을 동원해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바늘이라도 있어야 바늘구멍에 실을 꿰어 무엇이든 해 볼 텐데 제게는 바늘조차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어떻게든 없는 인맥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대학원 졸업 후 1년 만에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에서 주택정책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석사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기회를 기다리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었던 자리를 알아보지 않았다면 절대 제게 찾아오지 않았을 기회였어요.
그렇게 2015년 4월 1일, 대학원 졸업 후 꿈만 같았던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