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유로 75센트 식사
자리를 안내해주는 사람도 메뉴판도 없었다.
사장님 뒤통수와 빈 테이블을 번갈아 보다가, 구석진 자리에 가방을 내려놨다. 잠시 후 사장님이 다가와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구글 번역기 화면이었다. 문장에서 닭과 밥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점이었다면 술안주라도 먹고 갈 참이었다.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어떤 가게인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제야 빨간 차양집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바 테이블에는 에스프레소 잔이 나열돼 있고, 안쪽 주방에서는 식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독특한 조합이 있었다. 빨간 담배자판기 그리고 뽑기 기계와 아이스크림 포스터. 식당에 어린이가 없는 걸 보면, 어른들의 몇 뼘짜리 놀이터인가 보다.
음료가 먼저 나왔다. 맥주를 마시려던 찰나 사선에 앉은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손짓으로 맥주잔에 콜라를 기울이라고 했다. 맥주에 콜라라니, 귀여운 장난이라고 넘기기에는 표정이 사뭇 단호했다. 할아버지는 더 큰 손짓으로 잔 기울이는 시늉을 했다. 엉거주춤 잔을 기울였고, 그제야 할아버지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웬 걸. 달달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처음이었다. 이어 테이블에 놓인 음식은 익숙했다.
치킨커틀릿과 감자튀김 그리고 마늘밥. 포르투에서 마늘과 밥을 마주할 줄은, 심지어 유럽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영수증에 적힌 금액은 당황스러웠다. 2유로 75센트. 스타벅스에서 샷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이었다.
이 식사의 이름은 ‘ECONOMY DISH’로, 매일 메뉴가 바뀐다.
‘경제적인 접시’는 포르투에서의 많은 처음을 열어줬다. 마늘밥은 처음 냄비로 지은 밥이자 즐겨 만드는 음식이 됐다. 마트에 갈 때마다 한 번 먹어본 식재료가 눈에 띄었다. 접시는 매번 새로웠는데, 국물 자작한 콩밥이 나오는가 하면 돼지 간 구이도 나왔다. 닭 근위 조림이 나왔을 때는 서울시 포르투구(區)에 왔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모여 식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눈이 갔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적갈색 음료를 곁들여 먹는 사람이 있었다. 맥주잔 가득한 양이었는데 재빨리 마시고 자리를 비웠다. 또 궁금한 걸 못 참고 주문했는데, 입술을 대자마자 와인이라는 걸 알았다. 한 잔만에 몸이 따뜻해졌다. 취기에 올라 주변을 휘적거리다가 새로운 가게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곳은 훗날 나의 고장 난 신발과 가방을 고쳐준 새로운 단골가게가 되었다.
빨간 차양집은 빈 속으로 갔다가 두둑이 채워져서 나오는 곳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새로운 경험을 채우고, 자주 마주친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을 받고 돌아온다. 채우는 경험은 내내 포르투를 여행하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내일은 또 어떤 처음을 맞이할까 기대하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