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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현 Oct 22. 2023

상상 이상의 행복



"현아, 아이를 갖는건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행복일거야."



요즘 부부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아이 갖기를 망설입니다. 저희도 2년의 신혼을 보내고 아이를 가질 때가 되었지만 쉽사리 결심이 서지 않았어요. 제가 막 긴 공부를 마치고 구직을 하던 시점이었는데 언제 자릴 잡고 애를 낳나 싶어 막막하더라고요. 지방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기에(실제로 그랬고요) 남편과 떨어져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게 가당키나 한가 싶었어요. 아이를 낳고 감당해야 할 상황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민만 더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몸이 아파 애 키우는 데 현실적인 도움을 주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요. 아이가 제 인생에 큰 행복이 될 거라고요.



엄마가 그렇게 말 해 주어 고마웠어요. 우리를 키우면서 행복했다는 말로 들렸거든요. 사실 엄마가 애 낳고 키우는거 힘들다고 염려부터 할 줄 알았어요. 저 속 깨나 썩인 딸이었거든요. 어릴 땐 밥도 잘 안 먹고 맨날 어디가서 다쳐오고, 머리 굵고는 고분고분 말 들은 적이 손에 꼽고요. 한 번씩 제가 속 뒤집어 놓으면 엄마가 '너 같은 딸 낳아 봐라. 그래야 내 맘 알지' 그런 적도 많아요. 우리 키우면서 고생했다 말할 법도 한데 그래도 엄마는 돌아보면 다 행복이라 했어요.






아이를 낳고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쁠 때도 물론 그랬지만 힘들 때는 더욱 엄마 품이 그리웠습니다. 아이가 새벽 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몇 시간을 울어대면 저도 몸과 마음이 지쳐 고달픈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우는 아이를 품에 안아 얼르고 있자면 '다 행복이 될거라'던 엄마 말이 어둔 밤 등대처럼 떠올랐습니다. '다 지나가 이 순간조차 그리운 때가 올거다'라고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



밤마다 아이를 재우면서 'Twinkle Twinkle Little Star(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적 엄마가 불룩한 제 배를 어루만지며 '우리 아기, 빛 나는 사람이 되거라'라며 복을 빌어 주었던 생각이 났거든요. 이 노래를 부르면 엄마가 제 노랫소릴 듣고 별처럼 반짝이는 이 아이와 저를 찾아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 마디 마디를 따라가고 있자면 힘겹고 외롭던 새벽도 어느새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아이를 재우러 침대에 같이 누웠는데, 이제 갓 말을 시작한 아이가 앵두 같은 입술로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팅클 팅클 리를 스따-" 하면서요. 제가 불러주던 바로 그 노래를요. 정작 저는 몇 개월간 잊고 지냈는데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어요. 마치 제가 아이를 안고 도닥이던 그 때를 기억이라도 하는 것처럼요. 그 순간 엄마 말이 떠오르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 아이는 내 슬픔까지 덮어 주는 존재로구나.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이란게, 이런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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