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엄마는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손 잡고 다니는 중년 커플은 불륜이거나 재혼이라던데, 아빠 엄마는 그렇게 다니는게 자연스러웠어요. 마트에 장을 보러 가든 집 앞에 산책을 나가든 여행을 가든, 둘이 손 잡고 앞서가면 저와 동생이 따라갔어요.
물론 늘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젊은 시절 크게 부부싸움이라도 났던 날엔 아빠는 저만치 앞에 가고 엄마는 멀찍이 뒤에 떨어져 갔어요. 엄마는 제 팔짱을 끼고선 하소연을 했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손을 잡고 다녔어요. 둘이 나란히 걷는 것은 유난스러울 것이 없는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엄마가 투병하고부턴 아빠 손에 더욱 의지해 걸었어요. 아빠는 엄마가 기력을 잃지 않게끔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갔어요. 엄마에겐 밖에 나가 걷는 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에 부친 일이었습니다. 몸무게가 30kg 대로 떨어지면서는 안 그래도 작은 키에 흰 다리가 앙상해져 걷는 걸 감당하지 못할 성도 싶었지요.
그래도 엄마는 아빠가 굳세게 잡아주는 손에 이끌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봄에는 작은 개천을 따라 걷고 여름엔 여우비를 맞고 가을엔 단풍 구경을 하고 겨울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요.
부부가 결혼할 때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병들 때나 항상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일생을 함께 할 것을” 맹세하지요. 아빠 엄마가 손을 잡고 서로 속도를 맞춰 걷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실로 부부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배운 사랑의 모습이 손 붙잡고 걷는 것이기에 저도 남편이 앞서가면 손 잡아 달라고 투정을 부리곤 합니다. 요즘은 아이가 있으니 손 잡고 다니기가 여의치 않지만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다정히 손 잡기 어려운 순간들도 때론 있겠지요. 그래도 나이 들어 삶이 다 하는 순간까지 남편 손을 잡고 걷고 싶어요. 아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