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試上張水部 시험을 앞두고 장수부님께 올립니다.
近試上張水部 시험을 앞두고 장수부님께 올립니다.
朱慶餘 미상
昨작夜야洞동房방停정紅홍燭촉◎ 엊저녁 첫날밤 황촛불 끄고
待대曉효堂당前전拜배舅구姑고◎ 시부모 문안 드리려 날 밝기 기다렸네.
粧장罷파低자聲성問문夫부壻서 단장을 마치고 귓속말로 남편에게 묻기를
畵화眉미深심淺천入입時시無무◎ 내 눈썹 이쁘게 그려졌어요?
昨夜洞房停紅燭
昨夜 엊저녁. 신혼 첫날밤. 洞房 신혼 첫날밤을 지내는 신방. 停 멈추다. 촛불을 끄다. 紅燭 신혼방에 켜는 빨간 촛불. 우리에게는 ‘빨간촛불’보다는 ‘황촛불’이 더 자연스러울 듯합니다. ‘촛불을 끄고’는 신랑 신부가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감을 뜻합니다.
待曉堂前拜姑舅
待 기다리다. 그러나 '기다렸네'라고 옮겨야 시부모를 향한 새며느리의 긴장감과 정성을 옮길 수 있습니다. 曉 새벽. 堂前 시부모가 거처하는 방. 拜 절하다. 여기에서는 신혼부부가 시부모께 아침 문안인사를 드리는 예절을 말합니다. 그러니 옛날 첫날밤에는 느긋하게 꿀잠을 잘 수 없었지요. 요즈음에는 신혼여행지에서 전화로 대신하니 낯선 옛날이야기입니다. 姑 시어머니 舅 외삼촌, 여기에서는 시아버지.
粧罷低聲問夫壻
粧 화장, 단장. 罷 마치다, 끝내다. 低聲 낮은 소리, 귓속말, 속삭임. 問 묻다. 夫壻 남편. 시부모께 문안인사를 드리기 전의 신부의 긴장된 모습입니다. 거울 보고 묻는 것보다 남편보고 묻는 것이 더 정겨워 보입니다.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단장, 화장을 해야 했습니다.
畵眉深淺入時無 내 눈썹 이쁘게 그려졌나요?
畵 그리다. 眉 눈썹. 深淺 화장의 짙고 옅음. 入時 때에 맞음, 적절함. 화장이 유행에 맞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그러나 옛날에 화장이 유행에 맞는가를 따졌을 것 같지는 않으니 이 詩의 수단을 묻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無는 有無, 있느냐 없느냐가 줄어든 말로, 의문문으로 옮겨야 합니다.
겉으로 들어난 뜻으로만 보면 이 시는 순박한 새신부의 모습을 그린 것에 그칠 것입니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새신부의 일기가 아니라 과거 시험관인 장적(張籍)에게 미리 자신의 솜씨를 타진하는 의뭉스러운 시입니다. 새 신부의 일거수일투족은 자신의 과거시험에 대한 노력과 설레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눈썹이 잘 그려졌느냐고 묻는 것은 내 실력이 이만하면 되겠느냐는 의도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일종의 부정행위입니다만 당시 중국에서는 이는 성행하던 관습이었다고 합니다. 아직 인재선발의 공정성이 자리 잡기 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백, 두보 같은 천재시인도 과거에 수없이 낙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셈이지요. 우리 경우 조선 말기에 시험부정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매관매직까지 성행했던 일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편입니다.
시의 내력이 이렇다면 이 시의 기교는 더욱 뛰어나다고 할 것입니다. 과거합격에 대한 열망을 새신부의 정성에 비유한 솜씨가 절묘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심사관이었던 장적은 다음과 같이 이 시인의 재능을 극구 칭찬하였다고 합니다.
越女新粧出鏡心 미녀가 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서
自知明艶更沈吟 아름다움을 뽐내며 노래 하도다.
齊紈未足人間貴 비싼 비단옷이 귀한 것이 아니라
一曲菱歌適萬金 마름 따는 미인의 노래 한 곡이 만금이로세.
월녀는 중국 제일미녀 서시를 말하고, 菱歌는 西施가 뭇 남자를 설레게 했던 '마름따는 노래'입니다. 주경여를 서시에 비유하고, 그 시를 절창이라고 칭찬했으니 결과는 뻔한 일입니다. 두 시인의 詩問答(시문답)이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