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그해 겨울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내리는 눈.
; 첫눈이 오는 날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러다 첫눈이 내리면 올해도 그 일을 못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먼저 전화를 걸어, 여기 눈이 오는데 거긴 어떠니, 라고 물으면 여긴 내일 온대, 라고 다른 누군가가 대답했다. 내년에는 할 수 있을까, 라고 둘 중 누군가가 물으면, 그래, 내년엔 꼭 하자, 라고 다른 누군가가 대답했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중
첫눈이 내릴 때/내린다는 소식을 들을 때. 그렇게 얇지 않은 코트를 걸친 사람과 가벼운 반팔티만을 입은 사람이 나란히 걸어갈 때. 길가에 꾸린내가 진동할 때/땅에 떨어진 은행들을 무의식 중에 피하며 걸을 때. 술 마시러 집을 나서는데 문득 사방이 너무 캄캄하다고 느낄 때. 햇볕이 뜨거워 화들짝 눈을 떴는데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갈 때. 매미 소리가 정신 한복판에 침투해올 때. 모기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할 원수로 삼을 때. 편의점에 진열된 핫팩을 괜히 두어 개 사고서는 쓰는 걸 깜빡하고 코트 주머니에 방치해둔 걸 발견했을 때.
시절의 끝과 시작. 분절과 반복의 형태로 유예되며, 또 그렇게 이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