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요양원에 전화해서 시간 약속 합니다
엄마 만날 나의 심장
저만큼 앞서 가고 있습니다
메말랐던 들풀
초록 싹 틔워 푸릇푸릇한 다님길
다신 못 볼 것 같았던 들풀도 다시 싹 틔우는 계절
재촉하는 발걸음
세월이란 놈이 동행합니다
재촉하고 재촉해도 더뎌진 발걸음
내가 엄마의 세월 곁으로
시나브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길어진 해가 넘어가지 않고 베란다 유리창 얼룩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짧은 해 와 춥다는 핑계로 겨우내 닦지 않은 창 밖은 따뜻한 온기가 있는 듯합니다.
요양원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딸아이의 결혼식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딸아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큰 경사를 치르고 나면 요양원 아닌 다른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집이 될지 모르는 요양원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잠시 쉼을 갖은 후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