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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기쁨

스토리#47

by 차나처

나뭇가지 위에 있던 눈을 녹여버린 햇살이 열어놓은 창문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파주의보가 풀려 요양원 내의 창문을 한꺼번에 활짝 열었다 5분 후 닫았더니 그 짧은 시간에도 요양원 내 공기는 상큼하다는 느낌으로 변해져 있습니다.

쿰쿰했던 냄새도 바람이 모두 끌고 갔습니다.

창문 열어놨던 시간에 우리들은 창틀 청소를 했습니다.

창틀 청소를 마친 걸레를 빨아 건조대에 널려고 가는데 5호 방에서 희한한 냄새가 납니다.

도라지꽃님이 구토를 하시고 계셨습니다.


도라지꽃님은 식사 시 너무 빨리 드셔서 요양보호사가 옆에서 속도 조절을 해 드려야 합니다.

잠시라도 소홀히 할시에는 오늘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너무 급하게 드셔 제제라도 가할라 치면성격이 불 같은 도라지꽃님은

"놔라 내 혼자 먹는다"

"어르신 천천히 드세요 입에 있는 거 넘기시고 드세요"

"이게 미쳤나? 먹는 것도 내 맘대로 못 먹나?"

"저리 가라 마 내 니년들 속 모를 줄 알고?" 하시며 욕설을 하십니다.

너무 화가 나시면 식판을 던지기도 하십니다.


연고자가 없으신지 도라지꽃님은 요양원에 입소하신 후 면회 오시는 분이 시청 관련과에 계시는 공무원분이 몇 번 오신 게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라지꽃님은 가족이 전혀 없는 줄 알았습니다.


헌데 오늘 아침 08시에 가족이 면회 오셨다고 합니다.

부산에 사시는 조카 한분이 계시는데 어젯밤 늦게 오셔서 시내 숙소에서 주무시고 다시 먼 거리를 가셔야 하니 아침 일찍 면회를 오셨다고 합니다.

모처럼 만나는 작은어머님이니 식사 습관을 아실리 없었을 겁니다.

요양원 측에서 미리 알려 드리긴 했지만 잘 드시니 아마도 드시는 만큼 다 드렸나 봅니다.

조카님이 가시고 생활실로 오신 도라지꽃님은 복통을 호소하시고 구토를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등을 두드려 드리고 토하신 오물을 치워드립니다.

간호사가 약을 드렸고 약을 드신 도라지꽃님은 금세 밝아지셨습니다.

먼 곳에서 모처럼 찾아준 피붙이 조카를 만난 반가움이 만성질환처럼 붙어있던 소화불량을 멀리 날려 보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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