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38
현관문이 열리고 찬바람이 사람보다 먼저 앞다투어 들어옵니다.
겨울 한 복판에 와 있음을 알려 주기라도 하듯 얼음 실은 찬바람입니다.
그 뒤로 건장한 체격을 갖춘 남성 두 분과 허리가 약간 구부정한 남자 어르신 한분이 들어오십니다.
달맞이꽃님 가족들입니다.
달맞이꽃님은 무릎이 굽힐 수 없이 굳어져있어 휠체어로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의학적으로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나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은 양손만 움직이시고 말씀은 안 하시며 "허허허" 하는 웃음소리만 내시는 정도로 당신을 표현하시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아드님 두 분과 남편분이 면회 오셨는데 면회실로 모시지 못하고 생활실 달맞이꽃님 방에서 만나실 수 있게 해 드렸습니다.
달맞이꽃님 침상 옆에 간이 의자 세 개와 간단히 드실 수 있는 다과와 차를 드리며,
"이것 좀 드시고 편하게 말씀 나누세요" 하며 옆 침상 어르신과의 사이에 가림막을 세워드렸습니다.
보통 요양원에는 여자 어르신이 남자 어르신보다 많습니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남편분 하늘나라로 모시고 나서 당신 몸이 성치 않아 요양원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맞이꽃님처럼 남편분이 면회 오시는 경우는 극히 보기 드문 일입니다.
가족들 말씀에 의하면 달맞이꽃님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말씀을 안 하시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치료를 위해 전국을 다니며 병원치료며 민간요법등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으나 차도가 없어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발병하신 지 올해로 15년이 되셨는데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고 그 상황 그대로라고 합니다.
식사는 비위관으로 하시고 소대변 잘 보시고 요양원에서도 큰 변화 없이 잘 계십니다.
면회가 끝나갈 무렵 달맞이꽃님 방에 들어갔습니다.
옆 어르신을 살피러 들어갔는데 본의 아니게 달맞이꽃님 가족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엄마 다음에 또 올게요"
"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 사업이 바빠서 그러려니 생각 하시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두 아들들의 인사말입니다.
"다음에 올 때도 이대로 있어줘요 다른 데 가지 말고..."
"나도 이제 퇴직해서 올 때가 여기뿐이 없어요"
"당신 보러 여기 오는 낙으로 살 수 있게 내가 올 날 기다리며 잘 있어요" 하며 남편분이 달맞이꽃님의 얼굴을 어루만져 드립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는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