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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Jan 04. 2025

지적 소리

스토리#33

출근하자마자 스테이션에서 일정표를 확인합니다.

아래로 쭉 내려 적혀있는 일정표 글씨체는 휘갈림 그 자체입니다.

알려 주는 사람이 빠르게 불러줘서 받아적느라 그런 것인지 받아 적는 분의 글씨체가 그런 것인지 둘 다 아니면 너무 많아 화 난 휘갈림 일 것입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어르신 면회가 가장 많은 날입니다.

또 매일 깨끗이 청소하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대 청소를 해야 하는 날입니다.

바삐 돌아가는 하루 일과 중 우리들이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일은 어르신 면회 준비입니다.


지난주 살구꽃님 면회 왔을 때 일입니다.

와상 상태로 누워계시는 살구꽃님은 주먹을 꼭 쥐고 손가락이 펴지지 않기에 그곳에 거즈를 입힌 장난감을 쥐어 드립니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면회 오시면 그곳을 중점으로 냄새나지 않게 씻겨 드리고 다른 준비도 합니다.

보호자들께서 꼭 확인하시고 조금이라도 냄새나면 화를 내시고 지적하십니다.

항상 면회 오실 때마다 우리들은 살구꽃님 몸 전체를 살피고 챙겨서 보내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들 눈에는 꼭 띄는 것이 있나 봅니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마다 면회 오시는데 면회 오실 때마다 몇 마디의 실랑이가 오고 갑니다.


지난주 주말 우리는 살구꽃님을 더 이상 트집 잡힐 것 없게끔 해서 면회실로 모셨습니다.

허나 면회실에 들어서서 1분도 지나지 않아

"악 이게 뭐예요?"

"언제부터 젖어 있어어요?"

"모르고 모셔 오셨어요?"

"알고도 모른 척 모시고 오신 거예요?"시며 기가 펄쩍 넘어가도록 소리치셨다고 합니다.

와상인 살구꽃님은 휠체어에 앉혀 드리면 고개가 푹 숙여집니다.

허리도 옆으로 쓰러지고 해서 쿠션과 방석으로 받혀 드립니다.

하지만 앞으로 숙여진 고개는 어찌할 수 없어 그냥 보내 드렸더니 숙여진 고개 밑으로 침이 흘러나와 오른쪽 어깨밑 티셔츠가 젖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시고 보호자가 노발대발하셨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면회가 많은 날 어르신들 면회 준비 시키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씻겨 드리고 옷 갈아입혀 드리고 휠체어 앉혀 드려 이동 지원 해 드리는 과정이 정말 많이 힘듭니다.

그 모든 과정 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면회 마치고 돌아가시는 보호자님들의 지적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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