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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라 Oct 26. 2024

소설 작법

<문학나무> 2024년 겨울호 발표예정작 [사대성인 소설-그리스도편 2]

1. 수태고지

<소설 작법™> 입문자라고요? 환영합니다. 당신은 소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뭐라고요?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요? 그럴 리가요. 문자 메시지라도 써봤을걸요. 문자도 글이냐고요? 문자가 글이 아니면 뭐겠어요? 생각해 보니 일기와 보고서도 쓴 적 있다고요? 많이 써보셨네요. 그럼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Just Write It. 영감을 달라고요? 이건 어때요? ‘소설 작법.’


2. 아기 탄생 

축하합니다. 소설의 싹을 틔우셨네요. 별처럼 반짝이는 글이에요. 아직은 원고지 1매의 어린잎에 불과하지만 그 싹이 곧 우람한 나무로 자랄 겁니다. 응원의 선물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릴게요. 황금은 의지를 강화시키고 유향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몰약은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셋 모두 창작 게임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죠. 지금 다 써도 되냐고요? 물론입니다.


3. 영아 살해

어, 이거 범상찮은 작품이 나올 조짐이네요. 간만에 ‘헤롯’이 떴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살초제 알고리즘입니다. 될성부른 작품을 키우기 위해 나머지들의 싹을 자르는 거죠. 원래 「소설 작법」 외에도 수백 가지 대안이 있었거든요. 「소설 창작법」「소설 쓰는 법」「소설의 기술」 등등. 이것들 모두가 움트고 있었는데 헤롯에 의해 1초 만에 전멸했네요. 어떤 걸작이 나오려는지 참 궁금합니다.


4. 물의 세례

원고지 3매를 넘겨 물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자라난 싹에 물을 주세요. 물을 마신 뒤 계속 쓰세요. 작가이자 작품인 당신은 신인(神人)처럼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하죠. 지금 쓰(이)고 있는 작품은 「소설 작법」 맞나요? 그게 정말 소설인가요? 당신은 마스터이자 마스터피스인가요? 아직 미완성인데 미래를 어떻게 아느냐고요? 미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과 함께 완성된 작품 제목이 나왔죠. 이미 쓰여진 소설이 지금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5. 악마의 유혹

시간이 꽤 걸리는군요. 벌써 40분이나 지났습니다.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이미 완성된 것을 완성하는 거라고요? 코인은 얼마나 걸려 있죠? 탈고하면 빵값은 나오나요? 케이크도 살 수 있다고요? 여기에 무슨 얘길 더 보탤 수 있을까요? 자칫하면 언어의 미로에서 실족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계속 쓴다고요? 가상현실 속 글장난에나 빠져 있지 말고 현실에 나가 그럴듯한 일을 해보지 그래요? 이게 현실이라고요? 이보다 훨리얼한 게임을 소개해 드릴게요. 네? 닥치라고요?


6. 산상 팔복

1) 첫 문장을 쓰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첫 문단을 갖게 됩니다.

2) 첫 문단을 쓰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첫 장을 갖게 됩니다.

3) 첫 장을 쓰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한 작품을 갖게 됩니다.

4) 매일 쓰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계속 새 작품을 얻게 됩니다.

5) 작품 수가 많은 자는 복이 있습니다. 많은 코인을 얻게 됩니다.

6) 코인이 많은 자는 복이 있습니다. 높은 레벨에 오르게 됩니다.

7) 레벨이 높은 자는 복이 있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쓰게 됩니다.

8) 만렙을 달성한 자는 복을 내립니다. 그 존재 자체가 작법입니다.


7. 배신과 은전 30

웬 괴물의 등을 봤다고요? 동시에 30코인이 들어왔고요? 그건 ‘유다’예요. 유다가 움직이면 그 신호로 30코인이 입금되죠. 몬스터냐고요? 아니요, 유다는 괴물이 아니라 도우미입니다. 작품의 형태를 잡아주는 헬퍼 알고리즘이죠. 유다는 해파리처럼 흐물흐물한 형상에 탄탄한 뼈대를 세워줍니다. 소설의 구조, 구성, 플롯.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죠?


8. 십자가에 못 박힘

그런데 뼈대가 왜 열십자 모양이냐고요? 10은 완성의 수이고 십자는 동서남북, 온 우주를 뜻하거든요. 당신은 상하좌우 어디로든 달릴 수 있는 잘나가는 작가이자 최고의 명작이잖아요. 창조주이자 창조물이며 아버지이자 아들. 동의하신다고요? 그럼 확실하게 못질을 해둡시다. 이제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 없어요. 자, 보세요. 온 우주를 낳 법의 형상입니다. 이름하여 ‘소설 작법.’


9. 빈 무덤과 ‘Noli Me Tangere’

어? 그런데 소설이 어디 갔죠? 여기 있다고요? 어디요? 바로 이거? 이건 소설 작법인데요. 이게 소설이라고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소설이 소설가이고 또 소설 작법라……? 뭐라고요? 삼위일체? 아, 그렇군요. 이제야 보입니다. 그럼 계속 진행하죠.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이제 퇴고할까요? ? 만지지 말라고요? 이대로 완벽하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대로 내보낼게요.


10. 부활과 승천

Christ24 님의 소설이 발표되었습니다. 10만 코인이 입금되었습니다. 입금액만큼 레벨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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