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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Dec 24. 2022

스스로 프로젝트 1탄

아이는 아기 때부터 밤을 그리워하고 좋아한다. 저녁에 시작한 퍼즐놀이는 밤까지 이어지고, 늦은 밤까지 책을 읽으려고 한다. 아이는 밤을 산책하고, 탐험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잠을 이겨내려고, 잘 안 마시는 물도 마시겠다고 떼를 쓴다. 어둑한 밤이 오면, 아이는 커튼을 열고 밤하늘을 마음껏 구경한다. 별도 찾고, 달도 찾는다. 저 멀리 지나가는 비행기를 그저 바라본다. 밤산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작은 불빛에 몰려든 곤충을 좋아한다. 어둠을 몰아내는 플래시 놀이와 괴물이 나타나는 그림자놀이에 빠져든다. 밤은 아이에게 근사한 모험을 선물한다.

나는 아이가 밤보다 낮을 좋아하기를 바란다. 낮에는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고, 친구들과 놀 수도 있고, 더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박물관에서 공룡도 만날 수 있고, 바깥에서 쿵쾅쿵쾅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낮보다 밤이 왜 좋은 건지,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밤이 되면 아빠를 더 보고 싶게 만든다고 대답했다. 누구보다 아빠를 가장 먼저 맞이하고 싶은 아이는 밤늦게까지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다. 아이는 아빠를 기다리며, 밤하늘에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책을 읽고, 낮동안에 있었던 모험을 떠올린다. 아이의 마음 안에는 아빠에게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밤의 시간은, 바쁜 아빠가 돌아오는 시간이다. 아이는 그 시간을 기대하며 아빠를 기다린다. 모험을 막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에게, 아이는 자신이 겪은 모험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자기가 겪은 모험 이야기를 사랑하는 아빠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이는 끝도 없이 이야기한다. 아이는 순간 이야기꾼이 된다. 그 이야기가 아빠를 웃게 만든다. 자신을 기다려준 아이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포옹과 웃음을 선물한다. 난 그 둘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관객이 된다. @김스스로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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