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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Oct 18. 2022

달팽이

스스로 프로젝트 1탄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곤충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느릿느릿 지구를 지나가는 달팽이를 만나면, 허리를 잔뜩 굽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집을 이고 가는 달팽이를 만날 때면,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자기의 집을 이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를 가도, 쉬어갈 수 있는 텐트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마음이 든든할까? 달팽이의 가벼운 집은, 비바람이나 천적에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엉뚱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집 없이 홀가분하게 지나가는 민달팽이를 만나면,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옷을 안 입은 것만 같은 달팽이는 자연스럽게 세상을 배회한다. 왜 집 없이 다니는 거지? 집을 잃어버렸나? 다른 집으로 이사 중일까? 돌아다니기 훨씬 가벼울까? 춥지 않을까? 벌거숭이 달팽이는, 맨몸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유유히 우리 앞을 지나간다.


나는 집달팽일까? 민달팽이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무리 봐도, 고민을 이고사는 집달팽이 쪽에  가깝다. 걱정만큼, 두려움도 많아서  보호하기 위한 도구나 상처받지 않기 위한 마음의 무기를 장착하고 다닌다.  한때, 민달팽이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모험가를 꿈꿨지만, 현실은 집달팽이로 살아가고 있다. @김스스로 (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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