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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인이라는 정체성

책 읽는 나 + 수영하는 나 = 글 쓰는 나

by 김글인 Dec 24. 2024

SNS에서 <리버보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중고서점에서 얼른 집어왔다. 전국 교사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성장소설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기도 했거니와, 독서기록장을 꼼꼼히 첨삭해 주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난 둘째에게 추천해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웬일인지 내가 먼저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읽던 책을 끝내기도 전에 펼쳐 들었다. 병렬식 독서는 나에게 흔치 않은 일인데, 나는 워낙 꼼꼼한 성격에 문장도 곱씹어 보는 편이라 다독보다는 한 권, 한 권 음미하면서 읽는, 책 읽는 속도도 느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물살을 가르며 그녀는 아주 익숙하게, 마치 시계의 초침처럼 규칙적으로 호흡을 했다. 그녀는 산소 한 모금을 들이마시기 위해 분홍빛 입술을 하늘로 빠금히 내밀었다가 다시 얼굴을 숙이면서 길고 고른 숨을 천천히 토해냈다. 그럴 때마다 물거품이 작은 물고기 떼처럼 그녀의 입술을 간질였다.



제목이 리버보이임에도 주인공은 '스윔걸'이다. 작은 물고기들이 내 입술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소녀가 자연에 동화되어 수영하는 장면, 환상일지도 모르는 소년이 강물을 거침없이 가르는 장면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지는 탓이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처음 그때의 무의식의 나는, 얼마 전부터 수영을 시작한 바로 그 '나'였구나. 바다를 향해 물을 가르고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읽으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수면을 오르락내리락하던 내 팔과, 다리와, 몸을 감싸드는 물살, 얼굴과 코, 입의 느낌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수영을 하는 내가 수영을 묘사하는 텍스트를 읽으며 동화되는 느낌이 낯설면서도 묘했다. 얼마간의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시작한 수영이, 한 달을 채우는 시점에서 참깨 한 톨만큼 '재밌네?'라는 감정을 품게 된 참이었다.


사람의 사고란 무의식적으로 뻗어나가 여러 가지를 통합해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일까. 나는 분명 딸에게 내밀 생각으로 책을 샀을 뿐, 책을 펼쳐드는 그때에도 '수영인으로써의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었다. 무의식의 나는 내 수영을 응원하기 위해 이 책을 눈에, 마음에, 손에 들였을까. 아니면,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쳐 수영을 이렇게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문장들이 내 곁에 다가왔을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내가 현재 수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주제에 의미를 부여해서 나의 수영과 연결 짓는 것일까. 이 모든 생각들은 수영에 대한 나의 발전적인 호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슬며시 자각한다. 재미없고, 두렵고, 귀찮은 수영이라면 이런 우연적인 상황을 반갑고 신기한 현상으로 자각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내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정체성이라면, 나의 정체성 지도에 '수영'이라는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책 <리버보이>를 통해 인지하게 된 셈이다.


 넓디넓은 세상에서 내가 몸담고 있는 영역, 그 총합이 나다.  '책 읽는 나'와 '수영하는 나'의 정체성이 만나 '글 쓰는 나'로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 확장되어 넓어진 나의 영역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 빛나고 있는 느낌은 영토를 넓힌 위대한 군주를 떠올리게 한다. 수영이라는 영역에 나의 깃발을 이제 막 꽂았다. 나는 수영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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